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성전 건축에 사용된 레바논의 ‘백향목’
우리가 레바논에서 당신이 쓰실 만큼 벌목하여 떼를 엮어 바다에 띄워 욥바로 보내리니 당신은 재목들을 예루살렘으로 올리소서 하였더라(대하 2:16)
백향목(柏香木, Cedar)은 히브리어 에레즈로, 소나무과의 관목이다. 한글 개역성경의 백향목은 식물학계의 공식명칭이 아니라 일종의 조어(造語)로서, 높이가 30m까지 자라고 몸통은 2∼3m에 이른다. 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며 해발 1400∼1700m 정도에서 잘 자란다. 팔레스틴에서는 자라지 않으며, 과거에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자라기도 했으나 지금은 레바논 중북부 고원 지역에서만 자라고 있다. 옛부터 유명했던 레바논 백향목은 고대에 이집트와 앗수르와 팔레스틴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다윗과 솔로몬은 성전과 왕궁 건축을 위해 레바논의 백향목을 바다를 통해 수입했으며, 선박건조용으로도 이용하였다. 두로 왕 히람은 솔로몬에게 보내기 위해 레바논에서 벌목한 백향목을 바다(지중해)에 뗏목을 띄워 욥바까지 보냈고, 솔로몬은 욥바에서 육지를 통해 예루살렘으로 운반했다(대하 2:16).
성경에 70여 회 언급되고 있는 백향목은 장엄과 권세(시 92:12), 영광(시 80:10; 슥 11:1), 자부와 위엄(왕하 14:9) 등의 상징이었고, 더 나아가 신화적인 중요성까지 지니고 있었다(겔 31장). 또한 백향목은 우슬초, 홍색실과 함께 문둥병의 정결의식에 사용되었으며(레 14:4∼6, 49∼52), 붉은 암송아지를 불살라 드리는 속죄제(민 19:6)와도 관련이 있었다.
오늘날 레바논의 백향목 산지는 세 곳 정도가 있다. 나는 그중 한 곳으로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 북쪽에 위치한 비블로스(성경의 그발)에서 동쪽으로 23㎞ 지점에 있는 마카드르(Mkhadr) 지역에 있는 백향목 산지를 찾았다. 그곳에 자리잡은 5,000년 된 백향목과 군락을 이룬 수많은 백향목들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다윗과 솔로몬의 성전 건축에 대한 열정을 느껴본다.
솔로몬의 무역항구 에시온게벨
그때에 솔로몬이 에돔 땅의 바닷가 에시온게벨과 엘롯에 이르렀더니(대하 8:17)
에시온게벨은 홍해 북쪽에 위치한 성서시대의 항구 도시이다. 이곳은 다윗 때 이스라엘에게 점령되었고, 특히 솔로몬 때에는 도시로 건설되어 금은, 상아, 원숭이, 공작 등을 수입하는 항구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왕상 10:22), 조선소가 들어서서 베니게(페니키아)의 익숙한 사공들과 함께했던 배들이 이곳에서 아라비아의 오빌(Ophir)까지 항해했다(왕상 9:26∼28). 솔로몬을 방문한 스바 여왕이 예루살렘으로 들어올 때 이 항구를 통해 들어왔음은 틀림없다(왕상 10:1∼13).
에시온게벨의 위치에 대해서는 와디 엘 아라바(Wd. el-Arabah)의 어느 지점, 또는 동쪽 후미인 아카바 만의 일부 등으로 여러 곳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성경의 언급을 통해 볼 때, 홍해 동쪽 후미의 아카바 만 일부인 것은 분명하다. 그중에서 프릿츠 프랑크(Fritz Frank)는 성경시대의 만이 훨씬 북쪽에 있다는 지질학적인 근거에 의해 오늘날 아카바시에서 서북쪽으로 약 3㎞ 지점인 텔 엘 켈레이페(T. el-Kheleifeh)가 에시온게벨이라는 것을 답사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1936년에는 넬슨 글루엑(N. Glueck)이 이곳을 방문한 후 에시온게벨로 단정했으며 2년 후 이곳에 대한 발굴을 실시했다.
오늘날 에시온게벨은 요르단과 이스라엘 간의 국경지대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 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나는 2009년 1월 15일 출애굽 여정의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현장에는 작은 텔(인공 언덕)이 남아 있었으며 남쪽으로는 멀리 홍해가 보였다. 솔로몬 당시에는 항구였던 이곳이 지금은 퇴적층으로 인해 바다에서 3㎞ 정도 떨어져 있다.
나는 에시온게벨에서 남쪽의 홍해와 이스라엘의 엘랏을 바라보며, 솔로몬 때의 영광을 되새겨본다.
수많은 물품들이 이곳 항구를 통해 들어와 부요를 누렸던 솔로몬, 그러나 말년에는 이방신에 빠져 허무한 인생을 살았던 솔로몬, 하나님을 경외하는 인생만이 참된 인생임을 마음속에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