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앗수르 왕 산헤립이 점령했던 라기스
“그 후에 앗수르 왕 산헤립이 그의 온 군대를 거느리고 라기스를 치며 그의 신하들을 예루살렘에 보내어 유다 왕 히스기야와 예루살렘에 있는 유다 무리에게 말하여 이르기를”(대하 32:9)
라기스는 마레사 서남쪽 6㎞, 예루살렘 서남쪽 48㎞ 지점에 있는 구릉 지역으로, 팔레스틴에서 애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 구릉 지대 밑의 계곡에는 풍부한 물이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 지도에는 성경의 지명대로 표기하는 원칙에 따라 텔 라기스(T. Lakhish)로 표기되어 있다.
팔레스틴 최대의 텔(인공 언덕) 중 하나인 라기스는 눈에 잘 띄는 작은 마을로, 구약에 이곳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수 10:3, 31~33; 대하 11:9; 미 1:13). 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은 동굴에 거주했는데, 이 주위의 산등성이에서 구석기 시대의 부싯돌이 발견되어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이 확인되었다.
사면이 골짜기로 되어 있고 석회석 산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르호보암 왕 때 요새화된 남방 방어선의 요충지였다. 유다 왕 아마샤는 모반자를 피해 이곳으로 왔으나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다(대하 25장). 그리고 이곳은 BC 701년 히스기야 왕 때 앗수르의 산헤립 왕에 의해 점령당했다. 역대하 32장에 보면 산헤립은 이곳 라기스 성을 점령한 후, 북쪽에 있는 예루살렘의 유다 백성들에게 편지를 보내 히스기야에게 속지 말고 항복하라며 반란을 조장했다.
“그런즉 이와 같이 너희는 히스기야에게 속지 말라 꾀임을 받지 말라 그를 믿지도 말라 어떤 백성이나 어떤 나라의 신도 능히 자기의 백성을 나의 손과 나의 조상들의 손에서 건져내지 못하였나니 하물며 너희 하나님이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내겠느냐?”(대하 32:15)
그러나 히스기야 왕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이사야 선지자와 함께 하늘을 향하여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였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천사를 보내 앗수르 군대를 멸망시키셨다.
오늘날 라기스는 남부 이스라엘의 발전 지역이 되었고, 모샤브가 건설되었다. 라기스의 언덕은 다른 지역의 텔보다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성벽의 흔적 또한 상당히 남아 있어 요새로서의 라기스가 어떠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주위에는 풍부한 물이 있어 많은 지역에서 포도가 재배되고 있다.
성지순례를 할 때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 옛날 이 언덕에 서서 히스기야를 위협했던 산헤립과 그 가운데서 오히려 선지자와 함께 하나님께 부르짖어 구원을 얻은 히스기야의 기도를 생각해보자. 오직 전쟁은 여호와께 속해 있다는 것을기억하자.
해방령을 내린 바사 왕 고레스의 왕궁 터
“바사 왕 고레스는 말하노니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스 1:2)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한 지 70년 만에 하나님은 당시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바사(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켜 유다 민족으로 하여금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해방령을 내렸다. 그것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이미 약속된 말씀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나님은 약속한 것을 이루시는 분이시다. 이런 역사의 숨결이 있는 악메다에는 고레스 왕의 왕궁 터가 남아 있다.
악메다(Achmetha)는 메대 제국 수도로, 헬라어 명칭은 엑바타나이다. 후에 바사(페르시아) 제국과 파르티아 왕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이곳은 현재 이란의 하마단(hamadan)으로, 테헤란 남서쪽 약 280㎞ 지점인 알반드(Alvand) 산의 북동쪽 기슭 근처에 있는 평야에 위치해 있다.
악메다는 BC 550년 페르시아의 고레스(Cyrus)에게 점령당했다. BC 330년에 헬라의 알렉산더 대왕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마지막 왕인 다리오(다리우스) 3세로부터 다리오가 예루살렘 재건을 허용한다는 고레스의 칙령을 빼앗았다.
에스라 6장 1~2절에 의하면 다리오 왕 때 이 악메다에서 고레스의 칙령이 기록된 두루마리가 발견되었다. 이후 악메다는 파르티아 왕들의 여름 휴양지가 되었으나 페르시아 사산(Sassan) 왕조에 의해 쇠망하였고, 이슬람 교도들에게 정복된 후 하마단이란 도시가 들어섰다.
나는 한겨울에 무릎까지 덮는 눈길을 걸으며 이 악메다를 답사했는데, 고레스의 왕궁 터를 거닐며 오직 역사의 주인공은 하나님이심을 되새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