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그들이 실로에서 먹고 마신 후에 한나가 일어나니 그때에 제사장 엘리는 여호와의 전 문설주 곁 의자에 앉아 있었더라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서원하여 이르되…”(삼상 1:9~11)
실로(Shiloh)는 오늘날 벧엘 북동쪽 16㎞ 지점, 예루살렘 북쪽으로 약 30㎞ 지점에 위치한 키르벳 세일룬(Kh. Seilun)으로 가나안 중심부에 있다. 이곳은 1978년에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으로, 고대 실로(세일룬) 동쪽 험준한 언덕 위에 실로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곧 옛 아랍 마을인 세일룬은 고대 실로의 자리와 신도시 맞은편 골짜기 남부에 위치하는데, 아랍인들은 그 골짜기를 ‘축제의 골짜기’라는 뜻의 마르즈 엘 이디(marj el-Id)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후 가나안에 들어와 최초로 이곳에 성막을 세웠다. 실로는 여호수아 때부터 사무엘 때까지 3세기 동안 소위 ‘영웅 속출 시대’라고 할 만큼 기드온, 삼갈, 입다 등이 나와 이스라엘을 다스린 곳이다. 게다가 법궤와 성막이 이곳에 있었기에 여호와께 경배를 드리는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됐다(삼상 1:3).
한나는 엘가나와 결혼했으나 자식이 없어 또 다른 아내인 브닌나로부터 크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때 한나는 실로에 올라가 서원기도를 올렸다.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삼상 1:11).
하나님은 그런 한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무엘을 주셨으며, 사무엘은 젖을 뗀 후부터 실로에 있던 엘리 제사장 밑에서 자랐다(삼상 1:20~28). 한편 실로 회막에 있던 법궤는 블레셋에게 빼앗겼고, 엘리의 두 아들도 전사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엘리는 의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삼상 4:12~18).
나는 이곳 실로의 성소 터에 올라 한나의 서원기도로 탄생한 사무엘을 생각했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이 신정에서 왕정으로 가는 과도기에 핵심 역할을 한 영적 지도자로서, 지도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오늘날 예수를 믿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믿지 않는 자들에게 영적 생명을 주는 영향력 있는 자가 되기를 소망하며 그곳에서 내려왔다.
“이에 사람을 보내어 블레셋 사람들의 모든 방백을 모으고 이르되 우리가 이스라엘 신의 궤를 어찌하랴 하니 그들이 대답하되 이스라엘 신의 궤를 가드로 옮겨 가라 하므로 이스라엘 신의 궤를 옮겨 갔더니”(삼상 5:8)
이스라엘 남쪽 해안 평야지대 언저리에 있는 가드는 아스돗 동쪽 20㎞ 지점에 있는 텔 에스 사피(T. es-Saphi)와 텔 사피로부터 남쪽으로 약 11㎞, 아스글론 동남쪽 약 24㎞ 지점에 있는 텔 세이크 아메드 엘 아레이니(T. Sheikh Ahmed el Areini) 두 곳으로 주장되고 있다.
가드는 에그론, 가사, 아스돗, 아스글론과 함께 블레셋 펜타폴리스(Pentapolis, 5개의 도시)의 하나(수 13:3)로, 거인족인 아낙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수 11:22). 빼앗긴 법궤가 아스돗에서 이곳 가드로 옮겨진 후 법궤로 인하여 독한 종기가 사람들에게 임하자 벱궤는 에그론으로 보내졌다(삼상 5:6~10).
다윗의 물맷돌에 맞아 죽은 거인 골리앗도 이 성 사람이요(삼상 17:4), 기타 용사들도 거인족의 후예로 가드 사람이라고 불려졌다(삼하 21:15~22). 다윗은 사울을 피하여 가드로 도망했으나(삼상 21:10~15), 이곳 사람들이 받아주지 않자 아기스를 심히 두려워하여 일부러 미친 체하고 위기를 벗어난 후 이곳을 떠났다(삼상 21:10~22:1).
후에 다윗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된 후 가드를 점령해 그의 지배권 아래 두었다. 솔로몬 때에는 예루살렘과 소통이 활발했으나,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분열된 후 가드는 남쪽의 르호보암에 의해 요새화됐다(대하 11:8~11).
이곳 정상에는 골리앗의 무덤이 있고, 사방으로 블레셋 평원이 보인다. 나는 블레셋 평야를 바라보며 그 옛날 법궤로 인해 이곳 주민들이 당한 재앙과 하나님의 역사를 되새겨 보았다.
이스라엘이 법궤를 가지고 나가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패한 일이나, 블레셋이 법궤를 빼앗아 이 지역으로 가져왔을 때 다곤 신이 부서지고 독종이 발하는 재앙이 일어난 사건에서 우리의 신앙이 단순히 법궤를 믿는 미신적인 신앙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