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사무엘이 백성을 미스바로 불러 여호와 앞에 모으고… 사무엘이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보느냐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느니라 하니 모든 백성이 왕의 만세를 외쳐 부르니라”(삼상 10:17, 24)
성경에서 미스바라는 지명이 사무엘서를 포함해 다섯 군데에서 각기 다른 곳으로 언급되는데(창 31:49; 수 11:3; 삿 10:17),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뽑은 베냐민 지파에 속한 미스바이다(삼상 7:5).
베냐민 지파의 미스바의 위치는 여러 곳이 주장되는데, 그중에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7.5㎞ 지점에 소재한 오늘의 네비 삼윌(Nebi Samwil)과 예루살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텔 엔 나스베(T. en-Nasbeh)의 둔덕이다. 텔 엔 나스베는 소위 족장길을 따라 생긴 예루살렘 북쪽 12.8㎞ 지점, 오늘날 라말라(Ramalla) 남쪽 외곽지에 있는데, 이곳은 구약에서 대로(Great road)가 지나는 간선도로에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는 기브온이, 북동쪽으로는 벧엘이 있다.
사면이 가파른 내리막길로 된 이곳은 발굴을 통해 성경의 미스바 역사와 잘 부합되는 곳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여로보암 1세와 르호보암 사이에, 그리고 아사(남왕국 BC 912~871년)와 바아사(북왕국) 사이에 오랜 반목이 계속되는 동안 유대인들이 방어를 위해 구축했던 두 개의 성벽이 유적으로 발견됐다.
미스바는 사무엘이 백성을 다스린 곳이며(삼상 7:5~17:10, 17~24), 사울은 이곳에서 왕위에 올라 백성을 다스렸다(삼상 10:17~24). 미스바는 기도와 예배의 장소였으므로 신령한 성소이고(삿 20:21, 삼상 7, 10장),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요지였다(왕상 15:22). 이곳은 예루살렘 함락 후에도 그달리야가 방백이 되어 주둔하고 있었으며(왕하 25:22~24), 바벨론 귀국 후에도 중요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화가 되면서 그나마도 적게 남아 있던 유적지마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나는 15년 전에 그곳을 방문해 그 옛날 백성의 환호를 받으며 왕위에 올랐다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은 사울을 생각해 보았다. 왜 하나님은 사울을 버리시고 다윗을 선택하셨을까? 그것은 사울은 사람의 요구에 의해 세워진 왕이었으나 다윗은 하나님이 선택한 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언제나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자의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사울도 기브아 자기 집으로 갈 때에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유력한 자들과 함께 갔느니라”(삼상 10:26)
‘기브아’의 뜻은 ‘언덕’, ‘작은 산’이며, 여호수아 18장 28절에 나오는 기부앗과 동일 지명이다. 성경에 나오는 기브아는 사울의 기브아 외에 유다 산지에 있는 오늘날 베이트 임마르(Beit Immar) 서북쪽 약 16㎞ 지점에 있는 엘 자바(el-Jabah)가 있고(수 15:57), 에브라임 산지에 있는, 엘르아살이 묻힌(수 24:33) 고프나(Gophna) 북쪽 9㎞ 지점의 게바(Geba)로 알려진 기브아가 있다(유세비우스). 이중 사울의 고향 기브아는 예루살렘 북쪽 약 6㎞ 지점의 오늘날 텔 엘 풀(T. el Full)이라고 불리는 폐허의 구릉이다.
기브아는 사울의 고향(삼상 10:26)이어서 ‘사울의 기브아’라고도 부른다. 베냐민 지파 영지였던 이곳은 전망이 매우 좋은 언덕 위에 있다. 이곳은 유다와 에브라임 산지를 통과하는 대로변 옆의 높은 곳에 있는데(삼상 19:11), 750m의 고지에 있는 이곳은 전략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에 위치한 탓에 예루살렘 성이 북쪽에서 공격을 받기 전에 기브아가 먼저 위협을 받곤 했다(사 10:29, 32).
사울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움을 입고 블레셋을 무찌른 후 미스바가 아닌 이곳에서 나라를 다스렸으며(삼상 15:34),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1,0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블레셋과 대결했던 곳 역시 이곳이다(삼상 13:2). 한편 여로보암의 아내 미가가 이곳 기브아 출신이다(대하 13:2).
발굴 작업을 통해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BC 12세기경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이곳 정상에는 요르단 국왕의 별장이 공사가 중단된 채 남아 있으며, 주위에는 발굴 작업 뒤에 방치된 쓰레기들만이 쌓여 있다. 나는 쓰레기로 더럽혀진 사울의 고향 기브아를 씁쓸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사울과 다윗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했다.
“나는 그(다윗)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되리니 그(다윗)가 만일 죄를 범하면 내가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징계하려니와 내가 네 앞에서 물러나게 한 사울에게서 내 은총을 빼앗은 것처럼 그(다윗)에게서 빼앗지는 아니하리라”(삼하 7: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