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원희 목사(한국성지미디어 원장)
다윗이 왕으로 등극한 헤브론
“또 자기와 함께한 추종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다윗이 다 데리고 올라가서 헤브론 각 성읍에 살게 하니라 유다 사람들이 와서 거기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유다 족속의 왕으로 삼았더라”(삼하 2:3~4a)
헤브론은 예루살렘 남서쪽 30㎞, 베들레헴 남서쪽 22㎞ 지점, 해발 927m의 높은 산악 지대에 있는 오래된 도시로써 성경 속에서도 많은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헤브론은 적어도 BC 1720년 이전에 세워진 옛 도읍으로, 성경에는 이집트의 소안(현재 타니스)보다 7년 전에 세워졌다고 한다(민 13:22).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도착해 이곳 헤브론을 중심으로 살았으며, 그의 아내 사라를 비롯해 그 자신과 아들 내외인 이삭과 리브가, 그리고 애굽에서 죽은 야곱까지 이스라엘의 족장들이 죽어 이곳 막벨라 굴에 장사되었다.
출애굽 당시 이 지역에는 아낙 자손이 살고 있었다(민 13:22). 가나안 정복 당시 여호수아는 막게다 전투에 참여한 헤브론 왕 호함(Hoham)을 죽였으며(수 10:1~27), 헤브론 성 역시 파괴되었다. 갈렙은 헤브론을 점령했으며, 후에 레위 자손에게 주어져 도피성이 되었다(수 20:7, 대상 6:57). 다윗은 왕이 되기 전에 시글락을 침략한 아말렉에게 빼앗은 전리품을 이곳에도 나눠 줬으며(삼상 30:30), 이곳에서 이스라엘(유다)의 두 번째 왕이 된 후에 첫 번째 수도로 삼았다(삼하 2:1~3). 반면 이곳은 그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며(삼하 15:7~10), 남북으로 분열된 후에 르호보암이 요새로 삼기도 했다(대하 11:5).
요르단 서안 지역에 속한 헤브론은 1948년 요르단의 영토였다가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했으며, 지금까지 아랍인 저항 세력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가자 지구, 여리고, 베들레헴, 제닌(예닌), 라말라 등과 함께 팔레스틴의 자치지구 중 대도시로 주민의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들이다.
이스라엘은 방문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막벨라 굴도 몇 차례 찾아갔었는데, 팔레스타인과 유대인 사이의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 이슬람교와 유대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입구가 각기 다르게 나 있었다. 이런 헤브론을 답사하면서 다시 한 번 다윗의 자손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곳에 넘치기를 기원했다.
법궤가 머문 오벧에돔의 집
“어떤 사람이 다윗 왕에게 아뢰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하나님의 궤로 말미암아 오벧에돔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에 복을 주셨다 한지라 다윗이 가서 하나님의 궤를 기쁨으로 메고 오벧에돔의 집에서 다윗 성으로 올라갈새”(삼하 6:12)
기럇여아림의 뜻은 ‘수풀의 도시’이다. 기럇여아림의 원위치에 대한 확인 작업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는데, 로빈슨이라는 학자는 ‘포도의 도시’란 뜻을 가진 쿠리엣 엘 에납(Kuriet el-Enab)으로 보았다.
이곳은 예루살렘 서쪽 약 15㎞ 지점의 작은 성읍이었던 곳으로, 주변에는 많은 숲이 우거져 있다. 특히 이곳은 이 지역에서 도둑으로 이름을 떨친 두목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아부고쉬(Abu Ghosh)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비잔틴 시대부터 수도원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프랑스 수녀회에서 관장하는 노트르담교회가 있다. 이곳은 또 엠마오로도 주장되는데 이곳에 있던 아랍 사람들에 의해 18~19세기의 유명한 족장의 이름을 따라 칼예(Qaryeh)로 불렸으며, 십자군 시대의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성경 시대의 위치는 언약궤의 교회가 서 있었던 데이르 엘 아살(Deir el-Azhar) 언덕으로 알려진다.
기럇여아림은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 시 여호수아로부터 나아와 기브온, 그비라, 브에롯 성읍과 함께 화친한 네 성읍 중에 하나다(수 9:3~18). 유다와 베냐민의 경계 지점에 있는(수 15:9, 18:14~15, 대상 13:6) 기럇여아림은 법궤가 벧세메스에서 옮겨와 미스바 전투에서 승리하기까지 법궤를 보관하던 아비나답의 집이 있던 곳이다(삼상 7장). 그리고 다윗이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길 때까지(BC 977년) 126년간 이곳에서 머문 것으로 생각된다(삼상 7:2, 삼하 6:10~12, 행 13:21).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천도한 후 오벧에돔의 집에 있는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왔다. 내가 기럇여아림의 오벧에돔 집터에 세워진 프란시스코회의 교회를 방문했던 때는 마침 안개비가 내려서 좋은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비가 귀한 이 지역에 때마침 비가 내리니 나 역시 하나님의 복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법궤 덕분에 오벧에돔의 집과 그 소유가 복을 받게 되고, 그런 사실을 안 다윗이 기쁜 마음으로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게 된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면서 우리의 모든 삶의 터전에도 하나님의 복이 이슬비처럼 내리기를 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