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이스라엘 백성의 가나안 땅 정복과 정착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가나안 정복에서부터 정착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하나님의 주권 밖에서 이뤄진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계획을 신뢰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인 ‘이미’와 ‘아직’이라는 긴장 속에서, 언약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자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여호수아 8장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가나안 땅의 정복과 정착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갖춰야 할 삶의 자세는 무엇인지 함께 살펴봅시다.
하나님께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수 9장)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성과 아이성을 정복했다는 소식이 가나안 땅 전역에 퍼졌습니다. 그러자 기브온 거주민은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체결하려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다른 가나안의 왕들은 하나님께 굴복하지 않았으나, 기브온 거주민만은 하나님께 굴복하며 나아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브온 주민들은 하나님께서 진멸하라고 명하신 히위 족속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진멸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다른 족속과 달리 이스라엘과의 화친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숨겼습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런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 묻지 않았다는 점입니다(수 9:14). 여기서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 전적으로 위탁한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이 여리고성과 아이성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하나님의 명령에 전적으로 순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하나님께서 진멸하라고 명하신 기브온에 거주하는 히위 족속의 겉모습만 보고 이와 같은 판단을 했다는 것은 전쟁 중에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입니다. 만일 기브온 거주민들이 변심해 이스라엘 진영에서 내분이라도 일으켰다면, 그들은 몰살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여호와 하나님께 묻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 질문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의 질문을 기다리시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에 동참시키십니다.
사실 여호수아서의 논조를 보면 기브온 거주민의 속임수에 대해 생각보다 질책하지 않고 있습니다. 속임수는 분명 잘못된 방식이었지만, 그들은 하나님께 무릎 꿇은 자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은 매 순간 하나님을 경외하며 소통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소통하기를 원하시고, 우리의 질문을 기다리십니다.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움직이신다(수 10장)
이스라엘과 기브온의 화친 후, 예루살렘 왕 아도니세덱은 아모리 족속의 다섯 왕들과 협력해 기브온을 치기 위해 움직입니다. 이스라엘은 비록 속임수로 맺은 동맹이었지만,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한 일이었기에 기브온을 돕기 위해 출정합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기브온으로 올라가 새벽에 아모리 연합군을 기습 공격하는데,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칼에 죽은 사람보다 우박에 맞아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의 기도에 천체까지 통제하시는 초자연적인 일로 응답하시며 전쟁에 함께하십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가나안 남부 지역, 아모리의 모든 왕과 땅을 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다는 사실입니다(수 10:14, 42).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주셨기에 가능한 것으로(수 10:12), 순종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 성도가 취해야 할 자세는 오직 순종입니다. 내가 말씀에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움직이셔서 약속하신 땅을 얻게 된다는 기본 진리를 꼭 기억합시다.
두려움이 아닌 믿음으로 무장하라(수 11장)
11장에서는 가나안 북부 지역 정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솔 왕 야빈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중부와 남부 지역 점령 소식을 듣고, 북부 지역의 사람들을 모아 연합군을 만들고 이스라엘을 대적합니다.
연합군의 숫자는 해변의 모래와 같고 말과 병거의 수도 엄청났으나, 하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전투 병력과 무기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수 11:6).
왜냐하면 “여호와께서 그들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주셨기 때문에”(수 11:8), 여호수아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하기만 하면 됐습니다(수 11:9, 15, 20, 23). 결국 두려움을 제거하고, 명하신 대로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면, 전쟁은 끝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두려움의 반대가 믿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에서 승리를 얻으려면,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제거하고, 믿음으로 무장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미’와 ‘아직’의 원리로 살라(수 12~18장)
12장부터는 이스라엘이 정복했던 땅, 그리고 왕의 이름 및 땅의 분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아직’ 얻지 못한 땅이라도 ‘이미’ 내게 주신 땅이라는 믿음으로, 정복과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12장에서는 요단강 동쪽 지역의 성읍과 왕의 이름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여호수아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통해 가나안을 정복하셨습니다. 총 31개의 성읍과 왕의 이름이 기술돼 있는데, 이 사실만 봐도 가나안 정복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인간의 열심이 이뤄질 때,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역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3장에서는 여호수아가 노년에 이르렀음을 언급하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정복 전쟁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게는 ‘아직’ 얻지 못한 땅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을 분배합니다. 이것은 이 땅을 하나님께서 ‘이미’ 주셨다는 것을 믿고 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가 죽기 전 요단 동쪽 기업은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 반 지파에게 나눠 집니다(수 13:8~33).
14~18장에서는 요단 서편 땅에 대한 기업 분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유다(수 14:6~ 15:63), 에브라임(수 16:5~10), 나머지 므낫세 반 지파(수 17:1~13), 베냐민 지파(수 18:11~28)까지 포함됩니다. 땅 분배 시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홀로 맡기지 않으시고, 함께 힘을 모아 분배하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기업을 제비 뽑아 아홉 지파와 반 지파에게 주셨는데, 여기서 기준이 됐던 것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과 같이 행하는 것입니다. ‘아직’ 얻지는 못했지만, ‘이미’ 주신 땅을 나누기 위해 명하신 대로 순종하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 자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갈렙의 이야기는 ‘이미’와 ‘아직’의 원리로 사는 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더욱 잘 드러냅니다. 갈렙은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45년 동안 ‘아직’ 점령하지 못했던 헤브론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갈렙은 40세 때 모세에게 요구한 것처럼 여호수아에게 헤브론을 달라고 하는데, 그의 이런 자세는 ‘이미’ 땅을 얻은 자의 모습과 같습니다(수 14:6~15, 15:13~19).
반면 에브라임과 므낫세 자손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모두가 부러워할 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사람들을 쫓아내지 않는 우를 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얻은 분깃이 작다는 불평까지 하는데, 이것은 결코 ‘이미’와 ‘아직’의 원리로 사는 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사실 그들은 큰 민족을 이뤄 ‘이미’ 축복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나안 족속이 강력한 군사 무기인 철 병거를 가졌다는 이유로 변명하며 정당화하는데,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결코 보여서는 안 될 모습입니다(수 16:1~17:18).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오직 하나님께서 땅 분배 과정을 주관하신다는 것을 믿고, 내가 그린 땅을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수 18:1~10). 나이와 환경 등 여러 가지 삶의 조건에 매여 겁먹는 인생이 아니라 ‘이미’ 내게 허락하신 땅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 약속된 땅을 통치하게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께 전적 위탁한 인생이 돼야 합니다.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두려움이 아닌 믿음으로 무장될 때, 하나님께서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대리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세우실 것입니다.
‘아직’ 약속의 땅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미’ 내게 약속하신 땅이기에 우리 모두는 반드시 대리 통치자로서, 하나님의 백성이 누리는 특권을 온전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2월 한 달도 믿음 안에서 더욱 담대히 나아가는 주님의 백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