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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복음의 꽃망울을 터뜨리다

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마태복음은 유대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복음서입니다. 전직 세리였던 마태는 자신의 동족에게 빚진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왕이요 메시아인 예수님의 계보로 그의 복음서를 시작합니다.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리라’(창 3:15)로 시작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은 수천 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이루어집니다. 복음서를 묵상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때가 차기까지 기다리며 준비한 세월의 두께입니다. 긴 겨울을 지내고 터뜨리는 꽃망울처럼, 우리 삶 속에도 생명 가득한 복음의 꽃망울이 맺히길 소원합니다.

 

1장 마태는 왕의 계보 속에 여인들을 등장시킴으로 복음의 진정성과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오묘함을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계보는 남자들에게서 ‘낳고… 낳고…’의 반복으로 이어지지만, 예수님에 이르면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가 나셨다고 기록됩니다. 창조주이신 성자 예수님이 마리아의 캄캄한 자궁 속에 잉태되신 것이 성육신의 시작이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마리아와의 관계를 가만히 끊고자 했던 요셉의 의로움이 도리어 복음의 시작을 방해하려는 사탄의 도구가 될 수도 있었음을 묵상해 봅니다.

 

2장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이 탄생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그토록 메시아를 대망해 왔던 유대인들이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예수님이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탄생을 알리신 의도를 생각해 봅니다. 당시 유대의 분봉왕이었던 헤롯은 사탄의 도구가 되어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두 죽이는 대학살을 자행합니다. 애굽으로 피신했던 요셉 가족은 헤롯이 죽자 이스라엘로 돌아오고, 예수님은 나사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이 모두는 구약의 예언들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3장 오랜 침묵을 깨고 세례 요한이 유대 광야에서 천국이 가까이 왔음을 외침으로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예비합니다. 패역한 시대에 요한이 선포한 회개의 메시지는 수많은 사람의 잠자던 양심을 일깨우는 강력한 능력이었습니다. 모든 시선이 세례 요한에게 집중될 때, 그는 자기 뒤에 오실 이가 있음을 선포하여 예수님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세례 받으심은 십자가를 향한 첫걸음이었고,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하는 영광의 순간을 연출합니다.

4장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심으로 공생애를 시작하십니다. 사탄의 시험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공략합니다. 그분은 돌로 떡을 만들지 않아도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세 번에 걸친 시험을 말씀으로 승리하신 예수님은 갈릴리 지방에서 첫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천국 복음의 전파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일은 제자들을 부르고 훈련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 훈련된 제자들에게 복음전파 사역을 위임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5장 주옥같은 산상수훈이 소개됩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 지금까지의 종교 지도자들에게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천국의 가치관을 선포하십니다. 팔복은 역설적인 복입니다. 복음은 그 자체가 거대한 역설입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살았던 당대의 수많은 사람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6장 하늘 아버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말씀입니다. 구제와 기도, 금식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닙니다. 우리는 온전한 구제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을 경험합니다. 골방에서의 기도는 하늘 아버지와 누리는 교제입니다. 남들에게 보이려고 구제하고 기도했던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 보물을 쌓기에 급급하던 사람들에게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니다. 나는 종교인입니까, 하늘 백성입니까?

 

7장 비판과 분별은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비판을 그치고 거룩한 분별력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하늘 아버지는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분입니다. 분별의 지혜, 좁은 문으로 들어갈 용기, 아름다운 열매들을 말입니다. 말씀은 있으되 행함이 없는 사람은 무너지고 맙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권위 있는 이유는 그분이 그렇게 행하며 사셨기 때문입니다.

 

8장 말씀의 능력이 증거로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를 고치시고 바람과 바다를 잠잠케 하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 속에 있는 심각한 세속성입니다. 가다라 지방 사람들은 물질에 눈이 멀어 한 영혼의 가치를, 영원한 생명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맙니다. 이것 때문에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지 않는 게 아닐까요?

 

3월은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계절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고백하고 믿음으로 나아간다면 닫혔던 기회의 문들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잘 아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하는 정도가 아닌, 삶으로 살아내는 큐티를 통해 우리 인생에 복음의 역사가 꽃피게 될 것입니다. 암울한 세상에 소망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순종을 통해 각자의 삶 속에 성육신하는 은혜를 경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