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하나님의 영광 앞에 설 수 있다는 복음의 선포를 믿습니다. 그렇기에 담대히 하나님의 영광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의 영광’이 과연 어떤 것인지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10월에 묵상할 출애굽기의 마지막 부분은 하나님께서 그 영광을 드러내셨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란 어떤 것이며, 그 영광을 구하는 자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자유민으로서의 삶(22~23장)
이 부분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며 선포하신 십계명의 구체적 실천을 다루는 지침서인 ‘언약서’(20:22~23:33)의 후반부입니다. 이스라엘은 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기에 여러 일상생활 가운데 종이 아니라 자유민으로서의 삶을 살게 됐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거룩한 백성으로서 이방 족속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22:18~31).
이스라엘에게는 자유와 거룩 가운데 중요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 있었는데, 바로 ‘공평’과 ‘정의’였습니다. 누구도 자신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이상의 것을 주장하지 못했고, 죄인도 마땅히 받아야 할 벌 이상을 받지 않는 원칙 아래에서 이스라엘은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안식년과 절기 규정에서 아주 잘 드러납니다(23:10~19). 6년 동안은 파종하며 농사를 짓지만, 7년째 되는 해에는 파종을 하지 않습니다. 또 안식일에는 일손을 놓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기뻐합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이후 누리셨던 안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언약서의 결론으로 다음과 같이 약속하십니다. 가나안 족속들을 쫓아낼 것이니 그들의 풍속을 따르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23:20~33). 진정한 자유는 세상의 우상에 휘둘리지 않고 참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데서 얻을 수 있습니다.
언약 - 영광을 보다(24장)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엄숙한 피의 의식을 통해 언약을 체결합니다(1~8절). 이때 언약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대표들은 하나님을 직접 대면하고도 죽지 않고, 그 앞에서 먹고 마시는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9~11절).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언약의 돌판을 주시기 위해 시내 산에 오르라고 명령하십니다(12절). 모세는 40일 동안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을 드러낼 성막에 대한 양식을 배우고 언약의 돌판을 받습니다(13~18절).
성막 - 영광의 계시(25:1~31:17)
이 부분은 일반 성도들이 매일 묵상을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큐티 본문으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40일 동안 성막의 모든 양식과 제사장, 제사 규례를 가르치셨습니다. 금과 은과 놋, 그리고 금실과 청색, 자색, 홍색 실로 짠 아름다운 휘장과 거기에 세워질 제사장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시각적 제시입니다.
우상 - 거짓 영광(31:18~32:35)
모세가 40일 동안 성막에 대해 자세한 가르침을 받고 있는 사이, 산 아래에 있던 이스라엘은 모세가 내려오는 시일이 오래 걸리자 아론에게 가서 다른 신을 요구합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그 ‘손가락으로’(개역개정판은 ‘친히’라 번역) 새긴 돌판을 가지고 산을 내려오는데(31:18), 아론은 사람의 ‘조각칼로’ 새긴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방신을 섬기는 방식으로 백성을 ‘뛰놀게’ 했습니다(1~6절).
돌판과 우상(금송아지)의 대조는 명확합니다. 영광의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만드신 돌판에 그 말씀을 직접 새기시며 자기 백성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상은 그들의 아내와 자녀의 귀에서 금 고리를 빼내게 합니다(2~3절). 하나님의 영광은 ‘돌’로, 우상은 ‘금’으로 상징됩니다. 어리석게도 인간은 모든 것을 은혜로 베푸시는 하나님보다 자신들의 소유물을 빼앗고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우상을 더 신뢰하고 좋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것을 보시고 심히 노하시며, 이스라엘을 다 죽이고 모세로부터 새롭게 시작하겠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10절). 그러자 모세는 자신도 이스라엘과 그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하나님의 진노를 막아서는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그리고 산을 내려와 아론과 이스라엘을 질타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돌판을 깨뜨립니다. 언약이 깨졌음을 선언한 것입니다(19절).
그러나 이스라엘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아론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고(22~24절), 백성은 방자했습니다(25절). 결국 모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레위 자손들로 하여금 칼을 들고 동족을 치게 합니다. 이 일로 3천 명 가량이 죽고서야 이스라엘의 죄는 속해질 수 있었습니다(28~29절).
회막 - 영광의 재임재(33장)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는 있게 해 주겠으나 그들과 함께하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임재하지 않는, 평범한 민족들 중 하나가 되게 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1~3절).
이 말씀 앞에 이스라엘은 모든 단장품을 제거합니다(4절).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진 밖 멀리 떨어진 장소에 세운 회막에 영광의 구름으로 임하십니다(9절). 하나님의 영광이 다시 임했지만 이스라엘의 진에서 벗어난 특정한 장소에 임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용서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실 것을 간구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 달라는 요청까지 합니다(18절). 처음 언약을 맺을 때와 이스라엘의 대표들 앞에 하나님을 보이셨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 것입니다(24:9~11).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등은 볼 것이나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23절). 처음 언약을 맺었던 것과 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얼굴 - 영광의 이름(34장)
이번에는 모세가 돌판 두 개를 깎아 산으로 올라갑니다(4절). 하나님께서는 다시 산에서 모세를 만나시고, 모세 앞으로 지나시며 여호와의 이름을 반포하십니다(6~7절). 모세는 그 앞에서 이스라엘의 죄를 고백하며 용서를 간구했고, 하나님께서는 앞서 가르치셨던 규례와 법도를 다시 말씀하심으로써 깨진 언약을 회복하십니다. 모세는 다시 거기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40일을 보내며 하나님과의 언약을 회복합니다(28절).
하나님께서 모세 앞으로 지나시고, 말씀하실 때 쓰인 ‘앞으로’, ‘앞에서’(6, 11, 24절)라는 원어를 직역하면 ‘얼굴’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이름이 모세의 앞(얼굴)에 반포됨으로써 모세가 산을 내려와 이스라엘 앞에 섰을 때, 모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됐음을 보여 줍니다(29~30절).
이스라엘이 모세의 얼굴에서 나는 광채를 두려워했기에 모세는 이스라엘 앞에서 말씀을 전할 때에는 얼굴에 수건을 쓰는데, 이는 성막의 휘장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이름을 듣고 고백하는 자는 세상에 하나님의 영광을 매개하는 자가 됩니다.
성막 제작에 들어가다(35~39장)
앞서 밝혔듯이, 성막은 여호와의 영광을 계시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헌신에 의한 것이었으며, 하나님께서 재능을 주시고 세우신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35:1~36:7).
36장 8절~39장 41절은 앞의 25장 1절~31장 17절과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합니다. 마찬가지로 일반 성도들이 매일의 묵상하기에는 어려운 본문이어서 생략했으나,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이스라엘이 이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기 시작했음을 보여 줍니다. 범죄 후 구속, 즉 재창조가 시작된 것입니다.
재창조 - 명령하신 대로 되니라(40장)
성막의 각 부분이 완성되자, 모세는 이스라엘을 축복합니다(39:42~43). 그리고 그 완성된 성막을 세웁니다. 모세는 둘째 해 첫째 달 초하루에 여호와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성막을 세우는데(17절),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되니라”라는 말이 7번 나옵니다(19, 21, 23, 25, 27, 29, 32절).
이는 하나님께서 7일 만에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그 말씀대로 다 이뤄졌던 것을 연상케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으로 이스라엘의 죄를 덮으시고, 새로운 창조를 이스라엘과 그 가운데 임재한 성막을 통해 온 땅에 계시하십니다.
어쩌면 우리는 금송아지를 숭배했던 이스라엘처럼, 어리석게도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가짜 영광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성령께서는 이스라엘의 실패와 모세의 중보, 그리고 그에 의한 회복을 보여 주는 이 말씀을 기록하시고, 또한 지금까지 전수되게 하시며, 우리에게 이 말씀을 묵상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이스라엘처럼 어리석은 실패에 빠지지 말고, 참 하나님의 영광을 기대할 것을 말씀하시며,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이 말씀 앞에 선 우리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가 빛나며, 우리의 손으로 행하는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의 재창조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그 놀라운 하나님의 영광을 묵상하는 한 달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