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0년 01월

약속의 땅을 향한 첫걸음

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민수기는 그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번의 인구조사(1장, 26장)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의 조직을 재정비하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러나 희망으로 시작한 첫 번째 행진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불신앙에 찬 가나안 정탐으로 백성들의 원망 가운데 실패로 끝나 버렸습니다. 19장과 20장 사이에 존재하는 38년의 세월이 지난 후, 약속의 땅에서 분깃을 얻기 위한 새로운 준비가 시작됩니다. 새해를 여는 첫 달에 민수기를 묵상하며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1세대의 불신앙을 벗어던지고, 2세대의 순종의 영성으로 옷 입을 수 있는 은혜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1장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온 지 2년째 되던 2월 1일에 시내 광야에서 첫 번째 인구조사를 시작합니다. 각 지파의 대표를 세우고, 그들을 통해 계수한 20세 이상의 남자 장정의 숫자는 60만 3천여 명이었습니다. 야곱의 일가족 70명으로 시작했던 이스라엘이 하늘의 별처럼 중다한 민족을 이룬 것은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2장 백성들의 계수를 마친 후, 하나님은 가나안으로의 행진을 위한 대진을 편성하고 행군의 순서를 정하십니다. 해 돋는 동편의 맨 앞에는 장자도 아니요, 한때 며느리와 간음했던 유다의 후손들이 자리하게 됩니다. 이것이 여호와께서 일하시는 독특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 뒤를 이어 남은 지파들의 대진이 정해집니다.

 

3~4장 아론의 아들들이 다른 불로 여호와께 분향을 드리다가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일은 하나님을 섬기는 모든 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레위 지파를 거룩하게 구별하여 그들의 직무를 규정하고, 숫자를 파악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것으로 특별히 구별된 레위인이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처음 태어난 자 곧 장자들을 대신해 하나님을 섬김으로써, 이스라엘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것이 내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향한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어진 4장에서는 레위 지파 중 회막의 지성물을 관리하는 고핫 자손의 임무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성막 외부의 물품들을 담당하는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의 직무가 소개됩니다.

 

5장 하나님의 구별된 백성들이 어떻게 성결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규정을 알려 줍니다. 나병과 유출병 환자들의 격리 수용에 대한 규례, 죄지은 자의 보상 문제와 속죄에 관한 규례, 그리고 공동체를 허물 수 있는 간통을 밝혀내는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순결함을 유지시키려는 하나님의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세속으로부터 순결함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 필요한 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6장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실인을 통해 특별히 구별되고 하나님께 드려지는 삶이 있음을 소개합니다. 나실인 서원을 통해 자기 몸을 거룩하게 구별한 사람들은 독주와 포도주를 금하고,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으며, 시체를 가까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듯 성별된 삶을 살기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는 이 시대의 모든 나실인을 향해 하나님이 얼굴을 비추시고, 은혜와 평강의 복을 허락하십니다.

 

7장 모세가 장막 세우기를 끝내고 기름을 발라 거룩하게 구별한 날에, 각 지파의 감독 된 자들이 드린 헌물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12지파의 순서대로 일일이 기록합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꼭 같은 헌신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공동체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동등한 헌신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8장 하나님은 천지만물의 주인이시요, 특히 이스라엘은 그분의 소유 된 백성입니다. 이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은 레위인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를 대신해 하나님의 성소에서 봉사하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는 출애굽 당시 마지막 재앙이었던 장자의 죽음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신 하나님이 자신의 맏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의 구원을, 나의 구원을 이루어 주셨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민수기의 앞부분은 인구조사, 백성들의 직무, 레위인의 규례 등 다소 딱딱한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먼 여행에 앞서서 필요한 것들을 꼼꼼히 챙겨 놓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했던 경험을 기억해 본다면, 하나님이 가나안 입성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을 철저히 준비시키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긴 여정에도 가끔은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수기 묵상을 통해, 2010년 새로운 한 해를 멋지게 펼쳐 나가는 데 필요한 영적 기본기를 점검하고 확립하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