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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고라 자손과 다윗의 시편

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시편 42~65편
이번 달에 묵상할 시편들은 주로 고라 자손(42~49편)과 다윗(51~65편)이 기록했습니다. 특히 다윗의 시에는 역사적 배경을 밝혀 주는 제목들이 첨부되어 그가 시를 통해 담아내려 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하나님을 노래하며 믿음으로 고백한 주옥같은 시편들을 만나 보게 될 것입니다. 폭염이 작열하는 8월에 주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의 고백을 묵상하는 것은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영적 피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라 자손의 시편
레위의 증손이요, 고핫의 손자였던 고라는 모세와 하나님에 대해 반역을 주도한 일로 하나님의 진노를 일으킨 장본인이었습니다(민 26장). 그러나 약 470년 후, 다윗 시대에 성전을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들로 시편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고라 자손에게서 나왔습니다(대상 6:31~39).
즉, 하나님 앞에 반역을 주도한 자의 자손이 경건한 하나님 백성이 되었고, 성경의 기록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은혜의 방식입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께 반역했던 고라 자손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정직하게 밝혔습니다. 이는 모든 시편이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에 근거해 쓰였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고라 자손의 시편을 읽고 묵상하면, 그들이 왜 그토록 하나님을 사모하며 성전에서 섬기는 일을 기뻐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42편에서 그들은 마치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는 것처럼 갈급한 심령으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얼굴을 갈망합니다. 그들의 일생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을 반역자의 후손이라는 주홍글씨가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은혜만을 갈망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44편에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 조상들의 날 곧 옛날에 행하신 일을 그들이 우리에게 일러 주매 우리가 우리 귀로 들었나이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노래하면서, 고라 자손은 그들의 조상들이 행한 반역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뼈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전에서 섬기며 하나님을 노래하는 고귀한 소명을 받은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하기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찬양의 고백을 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윗의 시편
51편은 가장 유명한 참회의 시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후 선지자 나단이 그에게 왔을 때’라는 표제는 이 시편의 배경을 잘 알려 줍니다. 범죄한 다윗은 눈물로 침상을 적시며 뼈가 상할 만큼 통회하고 자복함으로써 다시 정결한 마음을 새롭게 회복했습니다. 구원의 즐거움이 사라졌다면 하나님 앞에 상한 심령으로 엎드리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입니다.

52편은 사울 왕에게 다윗의 은신처를 알려 준 도엑이라는 악인을 향해 하나님의 심판을 바라는 시입니다. 54편도 비슷한 상황으로, 십 광야에 숨은 다윗을 십 사람이 사울 왕에게 밀고하여 위기에 빠진 다윗이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며 원수들에게서 자신을 구원해 주시길 탄원하는 시입니다.

56편은 다윗이 가드에서 블레셋인에게 잡힌 때에 고백한 시입니다. 자신을 삼키려고 진을 치고 기다리는 원수들의 틈바구니에서 두려움으로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를 의지함으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선포합니다. 혈육을 가진 사람이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음을 믿음으로 선포합니다. 57편은 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던 때에 지은 노래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을 지내면서도 그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여 확정되었기에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7~8절). 사울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에 다윗이 지은 시가 59편인데, 그는 이 시편에서 ‘하나님만이 나의 힘이시며 요새이시며 방패 되심’을 찬송합니다.

60편은 다윗이 전쟁 중에 요압의 승리 소식을 듣고 기록한 시입니다. 대적들을 밟으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할 때 승리함을 선포합니다. 63편은 다윗이 유다 광야에 있을 때에 기록한 시입니다. 다윗은 여러 번 광야로 피신했는데, 유다 광야는 압살롬의 반역을 피해 머물렀던 곳이라고 여겨집니다. 아직 왕이 되기 전에 사울을 피해 다니면서 지었던 초창기 시편들과 비교해 보면 섬세한 표현에서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편 묵상을 두 달 동안 계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시편의 표제를 통해 역사적 배경을 알고 묵상하면 흥미와 감동이 더할 것입니다. 문학 장르, 음악적 용어와 관련 있는 표제어는 지난달에 다루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반역자의 후예인 고라 자손이 성전을 섬기는 벅찬 감격 속에서 노래한 시편과 극심한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으로 인해 감사와 찬양을 이어 가는 다윗의 시편을 묵상하며, 얼음 냉수보다도 시원한 폭포수 같은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8월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