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추운 겨울을 지나는 동안에도 씨앗들은 봄이 올 것을 의심하지 않듯이, 하나님의 백성들은 절망적인 세상에서 살면서도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소망을 의심 없이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 세상의 소망의 씨앗으로서, 암울한 현실을 견디며 언제라도 싹을 틔우고 자라나, 자기들과 같은 소망의 씨앗을 어둠의 세상 가운데 퍼뜨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봄이 오는 계절 3월에 우리가 만날 히스기야, 요시야, 그리고 바벨론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 모두가 이런 소망의 씨앗으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부름 받은 이곳에서 어떻게 소망의 씨앗으로서 싹트고, 자라고, 또 다른 씨앗을 뿌릴 수 있을지 묵상하길 바랍니다.
히스기야(역대하 29~32장)
처음으로 만날 소망의 씨앗은 히스기야 왕입니다. 그는 25세에 즉위하자마자 악정을 행했던 자기 아버지 아하스와는 완전히 다른 통치를 시작합니다. 바로 성전을 수리하고, 유월절을 재건하며, 모든 우상을 타파하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이 암울한 겨울과도 같은 상황에 처한 이유가 불운 때문도 아니고, 군사력이나 경제 상황과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도 아님을 알았습니다. 유다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바라보아야 함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히스기야는 개혁의 시작을 성전 개혁과 유월절 회복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유다와 이스라엘 온 백성이 첫 번째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부유함도, 강성함도 아닌 오직 자신들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외적의 침공을 군사력이나 외교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물리친다는 것을 히스기야의 통치를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당시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했던 앗수르 왕 산헤립의 군대를 파괴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히스기야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이처럼 히스기야는 암울한 현실의 고통을 타파하는 방법이 그 현실 안에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음을 알았고, 그렇게 통치하여 성공하였습니다. 다만 그가 말년에 교만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시야(33~36장)
므낫세와 아몬 왕의 악정 이야기(33장)와 요시야 사후 급속도로 쇠락하는 유다 이야기(36장) 사이에 서술된 요시야 왕의 이야기는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히스기야가 아버지 아하스의 악정을 딛고 유다를 개혁했던 것처럼, 요시야도 할아버지 므낫세와 아버지 아몬의 악정과 철저한 신앙말살에도 불구하고 유다를 다시 하나님께로 돌이킨 왕이었습니다.
요시야는 즉위 후 8년, 16세가 되는 해에 유다의 신앙 개혁을 주도합니다. 유다 곳곳에 있던 우상들을 완전히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북이스라엘 땅까지 종교개혁을 이끌었으며, 성전을 온전히 수리하고, 발견된 율법을 반포하고, 유월절을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지켰습니다.
요시야의 개혁이 절정에 달하는 계기는 바로 성전에서 율법책을 발견한 사건이었습니다. 율법책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요시야와 유다 백성들이 율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처럼 암울했던 영적 상황에서 요시야는 소망을 바라보는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시야는 유다의 마지막 소망의 불씨였습니다. 결국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패망하고, 귀인들은 바벨론으로 끌려갑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소망의 씨앗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그 백성의 소망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귀환자들(에스라 1~3장)
하나님은 바사 왕 고레스를 사용하셔서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유다와 예루살렘에 소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게 하셨습니다. 고레스 왕이 유대인들에게 고향에 돌아가 다시 나라를 건설하라는 칙령을 반포한 것입니다. 바벨론에서 태어난 유다 자손들은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예루살렘과 그 성전이 회복될 것을 꿈꾸는 자들이었습니다. 바벨론의 포로로 사는 암울한 시기 속에서도 가슴에 품고 있던 소망의 씨앗은 결국 싹이 트고 자라게 됩니다.
성전은 무너졌지만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고레스의 칙령이 떨어지자 유다 자손들은 즉시 돌아가 성전을 재건하는 데 헌신했습니다. 성전이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들이었지만, 하나님이 이를 다시 세우시리라는 소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고, 그 소망을 자손들에게 꾸준히 전했습니다.
우리가 이 죄 많은 세상에 보냄을 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소망 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곳에서 소망의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자라나 다른 소망의 씨앗을 뿌리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인 동시에 하나님께서 직접 행하시는 섭리이기도 합니다. 이 소망의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하는 한 달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