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지난 4월에는 주님의 부활과 교회의 부흥에 대해 묵상하였습니다. 5월에는 요한계시록을 통하여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 손에 들린 교회를 사용하셔서 지금도 모든 만물을 다스리고 계심을 묵상하려 합니다. 주님께서 이 세상을 통치하고 계심을 가장 극적으로 묘사하는 책이 바로 요한계시록입니다. 요한계시록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요한계시록은 난해하거나 위협적인 내용의 책이 아닙니다. 요한계시록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유일한 통치자가 되심을 선포하고, 성도들에게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고 소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책입니다. 사실 요한계시록은 어린이들에게도 쉽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심상(이미지)으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5월과 6월에는 요한계시록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벗어버리고 그 풍성한 하나님의 진리 가운데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교회를 붙들고 계신 주님(1~3장)
요한계시록의 시작은 영광 가운데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일곱 금 촛대로 상징되는 교회를 붙들고 계신 모습으로 시작합니다(1장). 그런데 주님의 영광에 비하여 일곱 금 촛대, 즉 일곱 교회의 모습은 그다지 영광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주님께서 일곱 교회에 보내신 편지들에는 핍박과 고난을 이겨내고 신앙을 지킨 교회를 칭찬하시는 내용도 있지만, 세상에 굴복하고 연약하고 부패하기까지 했던 일곱 교회의 현실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2~3장). 이처럼 지상에 있는 현실의 교회는 이상적인 모습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영광의 주님께서 이런 교회 가운데 거하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일곱 인을 떼실 어린양(4~7장)
이런 교회의 현실을 뒤로 하고, 요한은 성령에 감동하여 하늘의 성전, 곧 천사들과 24장로들까지 모인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을 목도하게 됩니다. 요한은 찬란한 하늘의 성전을 돌아보다가 하나님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보게 되는데, 그것에는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기록되어 있고 일곱 인으로 봉해져 있었습니다. 이 봉인을 뗄 수 있는 권세자는 온 세상 가운데 오직 한 분, 유다의 사자요 다윗의 뿌리이신 승리자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요한의 눈 앞에 나타난 그 승리자는 사자가 아니라 일찍 죽임을 당한 것 같은 어린양이었습니다. 이 작은 어린양이 하나님의 보좌로 나아가 그 두루마리를 취하고, 그 모습을 본 모든 천사와 만물이 그 어린양에게 경배하며 영광을 돌립니다(4~5장). 어린양에 의해서 여섯 인이 차례로 떨어져나갈 때마다 나타나는 환상은, 세상이 점점 더 악해져가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되는 모습입니다(6장).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심판과 멸망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님으로부터 택함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심판을 면제받는 인침을 받아 하나님을 찬송하며 나아옵니다(7장).
일곱 나팔과 선지자의 사명(8~11장)
일곱째 인이 떼어지자 마지막 때를 알리는 일곱 나팔이 준비됩니다. 억울하게 고통당하던 성도들의 기도의 향로가 하나님께 올라가고, 그 향로가 쏟아져 일곱 나팔과 함께 세상을 심판하는 도구가 됩니다. 마치 출애굽기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애굽에 재앙을 내리셨듯이(출 6:5~6),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자 세상이 하나님의 심판 아래로 들어가는 것입니다(8~9장). 그러나 아직은 끝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심판하시기 전에 반드시 선지자를 준비시키시는데, 여기서는 요한이 그 선지자의 사명을 맡아 에스겔처럼 두루마리를 먹고 성전을 측량하는 등 하나님의 심판을 전하게 됩니다(겔 3장, 40장 이후). 하나님의 심판을 알리는 나팔은 바로 세상에 보냄을 받은 선지자로서의 사명을 받은 증인들이며, 그들은 고난을 당하고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의 때가 앞당겨짐을 보게 됩니다(10~11장).
하늘의 이적(12~13장)
하늘의 성전이 열리는 것(11:19)과 함께 요한계시록의 중심 세계관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하나님의 백성과 사탄(용)을 따르는 무리들의 전투장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하는 여인과 사탄의 세력을 상징하는 용의 싸움, 그리고 바다와 땅에서 올라오는 두 짐승의 모습을 통해 이 세상 가운데 어떤 영적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5월의 묵상은 ‘666’으로 상징되는 세상의 권세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미혹하면서 온 땅을 지배하려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다음 달에는 이런 세상 권세를 멸하시는 주님의 권세가 찬란하게 드러날 것을 기대해 봅니다.
요한계시록을 통해서 비록 교회의 현실적인 모습은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우리는 주님의 손에 들린 금 촛대요, 세상에 하나님의 심판을 전하는 증인이며, 사탄의 세력과 싸우는 군대임을 되새겨 봅니다. 모든 민족과 언어들 가운데서 모여온 주님의 백성들이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 앞에 경배하는 그날을 소망하며, 하루하루 내 앞에 놓인 영적 전투를 힘써 감당하는 주의 흰 옷 입은 백성으로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