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우리는 매주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기를 간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고,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들을 모든 예배자에게 베푸시기를 구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하나님의 영광이 임했다고 말하기가 겸연쩍은 예배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확한 시간에 성도들이 모여 예배를 시작했고 각 순서가 맡은 자들에 의해서 정확하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이 그 가운데에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를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성도들이 갈급한 심령으로 왔다가 오히려 더 갈급해져서 돌아간다면 그 예배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났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것은 삶의 모든 영역 가운데에서 이뤄집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하나님의 영광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사무엘상을 묵상함으로써 깨달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광의 소망(1~3장)
사무엘서는 사사시대 후기, 하나님께서 한나와 그 아들 사무엘을 통해 한 줄기 소망의 빛을 비추시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엘가나는 가족과 함께 매년 실로에 올라가 화목제를 드리는 나름대로 경건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화목제를 드릴 때마다 두 아내 한나와 브닌나 사이에는 심한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화목제를 드릴수록 오히려 불화에 휩싸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예배의 모습입니다.
한편 대제사장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따라서 백성들은 그들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실로의 성소는 의례적인 제사만 드려지고 있었을 뿐 타락과 범죄의 소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처럼 영적으로 암울한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어린 사무엘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전하는 자로서 준비시키시며 영광의 소망을 키워 가십니다.
영광이 떠나다(4장)
이스라엘은 블레셋과의 1차 전투에서 패하자 언약궤를 전쟁터로 가져오기로 결정합니다. 언약궤는 곧 하나님의 영광이며 그 임재의 상징이었기에 언약궤를 가져오면 승리하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미신적이고 이방 종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생각이었지만 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종교성으로 이 일을 행했고, 언약궤가 그들 가운데 도착하자 사기충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사기충천했던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기세에 눌려 전전긍긍했던 블레셋에게 대패하고 언약궤까지 빼앗겼으며, 제사장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고, 그 소식에 엘리 제사장도 죽고 맙니다. 이때 비느하스의 아내가 아이를 낳고 “이가봇” 곧 “영광이 떠났다”라고 말한 것은 곧 이스라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영광이 돌아오다(5~6장)
비록 이스라엘은 블레셋에게 패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블레셋이 섬기던 우상 다곤 신전에서 그 영광을 드러내시고, 블레셋의 각 도시마다 그 권능을 나타내셔서 각종 재앙으로 그들을 치셨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섬기는 자에게는 은혜이며 복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공포요 재앙이 됩니다. 결국 블레셋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며 그 앞에 무릎을 꿇었고, 언약궤를 이스라엘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르짖는 자에게 임하는 영광(7장)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만을 섬기며 쉬지 않고 부르짖는 자에게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어 이스라엘 가운데 있는 모든 우상을 제거한 후 미스바에서 회개운동을 벌이자 하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하셔서 블레셋을 대파하게 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하셨기에 사무엘이 다스리는 동안 그 땅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영광의 계승자는?(8~9장)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에 임한 하나님의 영광과 그로 인한 평화는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사무엘의 아들들이 그 아버지만큼의 경건함을 갖추지 못했기에 통치 권력에 문제가 생겼고, 이스라엘 장로들은 다른 이방 나라들처럼 이스라엘에도 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사실 이는 오직 하나님만이 왕이 되신다는 이스라엘의 전통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었음에도 하나님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셔서 베냐민 지파 기스의 아들 사울을 왕으로 준비시키셨습니다. 이제 새로운 영광의 계승자가 어떻게 자기 직무를 감당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추수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속이 충실한 알곡들은 농부에게 기쁨이 되겠지만, 껍데기만 남은 쭉정이들은 버려질 뿐입니다. 우리의 예배와 섬김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껍데기만 있는 종교인으로 머물다가 결국 버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무엘서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머무는 예배와 섬김은 어떠한 것인지 묵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