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가는 곳마다 이적과 기사를 행하시는 능력의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무엇이 그 능력의 원천일까요? 예수님이 가지신 신적 능력 때문일까요? 정답입니다만 이런 결론으론 더 이상 묵상을 하지 못합니다.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을 계속 붙잡았던 생각은 예수님이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신적 권능을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셨지만, 자신과 제자들은 허기져 밀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벼 먹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갔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조차 없으셨습니다. 이처럼 철저히 자신을 종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대속물로 내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이 기적을 가능케 한 하나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7장에는 외식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등장합니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공경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은 전혀 다른 종교주의자들입니다. 정작 지켜야 할 하나님의 계명은 저버리고, 인간의 전통을 고집하는 이들은 더러운 손으로 먹는 음식보다 훨씬 부패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들을 떠나십니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방 땅인 두로와 시돈 지방을 다니시며, 유대인들이 개처럼 여기는 수로보니게 여인을 만나시고 병든 딸을 고쳐 주십니다. ‘에바다’(열리라)라는 외침처럼 이방 땅과 변두리 갈릴리 지역이 열려 복음을 듣는 역사가 계속됩니다.
8장에서 예수님은 물고기 두어 마리와 보리떡 일곱 개로 사천 명을 먹이십니다. 앞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신 장면(6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표적을 구하는 바리새인들에게는 털끝만큼의 표적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표적만 바라는 신앙생활에는 결코 진정한 의미에서의 표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표적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 자신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주는 그리스도’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신 후, 주님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고난과 죽음에 관해 처음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만 생각해 십자가를 가로막는 베드로를 향해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선언하십니다.
9장에는 그 유명한 변화산 사건이 나옵니다. 십자가의 길은 쉽게 갈 수 없기에, 하나님은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른 예수님을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고 부르시며 그분의 음성으로 직접 격려해 주셨습니다. 산 위에서 눈부신 광채와 함께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화되신 예수님을 목격한 제자들은 그곳에 초막을 짓고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어 했지만, 예수님은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여전히 문제와 가난과 고난이 있는, 궁극적으로 십자가가 기다리는 곳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신 후 제자들에게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다’고 말씀하심으로, 기도하지 않는 오늘의 우리를 향해 강력한 도전을 주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 두 번째 말씀하시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서로 ‘누가 크냐’라는 쟁론만 일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제자들을 책망하는 대신, 어린아이의 교훈을 시작으로 하나님 나라의 원리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10장에서 바리새인들은 다시 유대 땅으로 오신 예수님께 올무를 놓고자 이혼에 관해 질문합니다. 모세가 써준 이혼증서는 원래 남자의 권리가 아니라, 이혼당한 여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무시하고 비본질에 충실한 자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천국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는 자들의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자 청년의 예를 통해,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일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그러나 구원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가난한 자도, 부자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구원을 위하여 주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일에 관해 세 번째 말씀하시지만, 예수님이 마실 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야고보와 요한은 그저 예수님 양편의 영광스런 자리만 탐할 뿐입니다. 바리새인, 부자 청년, 제자들과 대조를 이루며 10장 끝부분에 등장하는 맹인 거지 바디매오는 구원의 길에 한결 가까이 와 있습니다.
3월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만큼 아름다우신 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님의 삶과 가르침을 하루하루 따라가며 그분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매일 아침 새로운 꽃망울이 피어나듯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기쁨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독자들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