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2월은 슬쩍 지나가 버리기 쉬운 달입니다. 기대와 흥분 속에서 새해의 첫 달을 보낸 뒤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1년 중에서 가장 짧은 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달에 묵상할 사도행전의 말씀은 우리를 엉거주춤하게 앉아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결코 붙잡아 둘 수 없는 복음,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며 끝없이 퍼져 가는 복음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느껴 봅시다. (p.111 바울의 1,2차 전도여행 지도 참고)
10장 복음은 예루살렘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놓인 건널 수 없었던 강을 건너갑니다. 편견의 보따리를 풀어 던지고 가이사랴로 달려가는 베드로, 그 앞에 겸손히 무릎 꿇는 로마 군대 백부장 고넬료의 만남을 통해, 땅 끝까지 전파되어야 할 복음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지나갑니다. 이방인이었지만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게 살았던 고넬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듣는 순간, 성령 체험을 하고 세례를 받습니다.
11장 베드로가 이방인 고넬료의 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복음을 전했다는 소식이 예루살렘을 강타해 빅뉴스가 됩니다. 베드로가 이방인도 유대인 신자들과 동일하게 성령 받고 구원받은 일을 예루살렘 교회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 또한 성령께서 계획하시고 진행하신 것입니다. 한편, 스데반의 순교 이후 박해를 피해 흩어진 성도들 중에서 이방 땅인 안디옥까지 가서 복음을 전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이방인이 주께 돌아왔고, 예루살렘 교회는 그곳에 바나바를 파송합니다. 바나바가 사울(바울)을 찾아 협력목회를 펼치자 안디옥 교회는 크게 부흥합니다.
12장 헤롯 아그립바가 집권하던 예루살렘에서는 또다시 박해가 일어납니다. 야고보가 순교당하고, 베드로도 감옥에 갇혀 처형될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헤롯 왕도, 감옥도 복음을 묶어 둘 수는 없었습니다. 성도들의 간절한 중보기도로 베드로는 감옥에서 빠져나오고, 도리어 그를 없애려던 헤롯 왕이 비참한 죽음을 맞습니다.
13장 부흥과 성장을 경험한 안디옥 교회가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에 성령의 음성을 듣고 바나바와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합니다. 세계선교의 역사적인 장이 펼쳐지는 순간입니다.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첫 번째 전도여행을 떠난 바울과 바나바는 구브로 섬을 시작으로 가는 곳마다 강력한 복음의 역사를 경험합니다. 동행했던 마가 요한이 도중하차할 만큼 험난한 고생길이었지만, 그 어떤 고난도 역경도 죽음도 복음을 가로막진 못합니다.
14장 바울과 바나바가 이고니온과 루스드라에서 복음을 전할 때 표적과 기적이 잇따라 수많은 회심자가 생겼으나, 믿지 않는 유대인들의 극렬한 방해와 핍박으로 가는 곳마다 어려움을 겪습니다. 복음은 고난과 함께 전진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이루신 구원의 복음이기 때문입니다.
15장 바울 일행의 1차 전도여행 결과를 듣고 적잖은 다툼과 변론이 일어납니다.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첫 번째 공회가 열립니다. 이방인 개종자들은 할례를 받지 않고 구약의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으로 이방 선교의 문이 더 활짝 열립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규정인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 그리고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도록 합니다. 예루살렘 회의가 복음의 진보에 걸림돌이 아니라 촉매제가 된 것입니다.
16장 지금까지 소아시아 지역을 맴돌던 복음의 물줄기가 성령의 강권하심으로 유럽을 향해 흘러가게 됩니다. 유대인의 회당조차 없는 영적 불모지, 마게도냐의 빌립보 성에 도착한 바울 일행은 기도처를 찾다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을 만납니다. 하나님은 이방인이었고 여자였던 루디아를 통해 유럽의 거대한 문을 열어젖히셨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차꼬에 매여 빌립보 감옥의 어둠 속에서 불렀던 찬양의 메아리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라는 선포가 지금도 우리 귓가에 웅장한 나팔소리로 들려옵니다.
사도행전을 묵상하노라면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도록 강권하시는 성령님의 음성에 따라 눈을 들어 주위를 바라봅시다. 내가 찾아가야 할 고넬료는 누구이며, 건너가야 할 마게도냐는 어디입니까?
올해 2월은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주의 백성들이 복음 들고 힘차게 일어나 수많은 영혼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