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는 성도 여러분 모두가 새 마음 새 뜻으로 주님을 섬기고,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전심으로 섬기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교회에는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섬김을 통해서 수많은 성도들이 도움을 받고 영적 성숙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교회의 지도자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목사, 장로뿐 아니라 각종 소그룹 또는 다른 성도들을 섬기는 사람 모두가 지도자입니다. 결국 모든 그리스도인은 교회를 섬기는 지도자로 부름을 받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교회를 잘 섬기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요? 새해에는 교회를 섬기는 참 일꾼, 참 지도자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솟는 샘물>은 디모데전서와 디모데후서를 선택했습니다.
사명 - 복음 전파(딤전 1:1~20)
교회 일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님으로부터 이 일을 위임받았다는 사명 의식입니다. 바울의 다른 편지들을 보면 대부분 발신자와 수신자를 밝히고 축복한 후에 다시 인사와 안부를 묻는 말이 따라오지만, 디모데전서에서는 간단한 축복(2절) 이후 바로 디모데에게 사명을 되새기는 권면으로 시작합니다(3~4절). 특별히 디모데는 에베소교회를 가르치는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기에 ‘율법이 아니라 영광의 복음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잊지 않고 거기에 집중해야 했습니다(3~11절).
바울의 대단한 점은 후배 디모데에게 지도자(목회자)의 모델로서 자기 자신을 당당히 제시할 수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당당함은 자신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죄인 중에 괴수’(15절)라고 소개합니다. 전혀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 은혜로 자신에게 직분을 맡기셨다고 고백하며 찬양합니다(16절).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내게 이 직분을 주셨음을 선포하며 당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나의 어떤 장점이나 재능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해야 합니다. 세상 관점으로 보면 이 두 가지는 모순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나는 공로 없으나 예수님의 공로로 내게 사명이 주어졌음”을 고백하며 당당히 정진하는 것이 교회의 참 지도자입니다.
사역 - 기도와 위임(딤전 2:1~3:13)
바울은 디모데에게 두 가지 사역을 정리해 주는데, 하나는 기도요, 또 하나는 위임입니다. 바울은 특별히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하며, 또한 기도의 직분을 교회의 다른 남자들에게 위임할 것을 가르쳤습니다(2:1~8). 이때 제시된 바울의 ‘여성 배제’ 원칙에 대해서는 신학자들 사이의 매우 분분한 논쟁이 있으나, 그 당시 상황에서 여성이 교회 지도자가 돼 기도의 사역을 하는 것이 교회의 덕을 세우는 데 문제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디모데는 교회 지도자로서 기도하는 사역을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역자들을 양육하고 세워 기도를 포함한 교회의 여러 사역을 위임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성도를 감독이나 집사의 직분에 세울 때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가르칩니다(3:1~13).
핵심 가치 - 경건(딤전 3:14~4:16)
교회의 일꾼, 지도자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가 바로 경건입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에베소교회를 위임하며(3:14~15), 경건을 지키고 잘못된 종교적 행위를 가르치는 자들을 멀리하라고 당부합니다(3:16~4:5). 참된 경건은 이방 종교와 같은 종교적 열심이 아니라(4:3), 오직 말씀과 기도로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는 데에 있습니다(4:5~8). 종교적 행위로 자신을 다른 이들 앞에 꾸미는 것이 아니라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의 본이 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교회를 이끄는 참 지도자입니다(4:12).
믿음의 선한 싸움(딤전 5:1~6:21)
바울은 디모데에게 사역의 구체적인 실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목회자였던 디모데에게는 복음을 가르치고, 교회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며, 성도를 세워 사역에 위임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는 지도자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바울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연령별로 성도들을 어떻게 대하며(5:1~2), 교회 내의 과부들을 대할 때는 어떻게 하며(5:3~16), 다른 지도자(장로)들을 대하는 방법(5:17~22), 교회 내에 존재하는 사회 계층의 문제(6:1~2) 등을 소상히 가르칩니다.
이후 바울은 이 모든 사역을 ‘믿음의 선한 싸움’이라고 정리합니다(6:12). 세상은 악하고 거짓 교훈이 난무하기 때문에 교회를 섬기는 자들은 결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사명에만 집중하며 사역할 수가 없습니다(6:3~5). 그러나 그 가운데 오직 경건에 힘쓰고 특별히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족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다시 오실 주님을 바라볼 것을 권면하며 다시금 그 사명을 일깨우며 디모데전서를 마칩니다(6:11~21).
지도자의 삶 - 고난(딤후 1:1~2:13)
디모데전서는 디모데에게 에베소에 머물 것을 바울이 지시하는 편지인 데 비해(딤전 1:3), 디모데후서는 디모데한테 자신에게 올 것을 요청하는 편지입니다(딤후 4:9). 이렇게 상반된 의도로 기록됐음에도 불구하고, 디모데전·후서의 메시지는 놀랄 만큼 일관돼 있습니다.
디모데전서를 ‘믿음의 선한 싸움’이라는 주제로 마감한 바울은,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1:8)는 말로 디모데후서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디모데후서에서도 자기 자신을 모델로 제시합니다. 바울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복음의 사역자가 됐고(1:9~11), 그 복음 때문에 갇힌 자가 되고, 고난을 받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1:8, 12) 디모데에게 자신과 같은 고난의 길을 걸으라고 당당하게 권면합니다(2:3).
바울은 복음을 위해 고난받는 삶을 설명하면서 병사와 경기하는 자, 농부를 예로 들고 있는데, 모두 힘써서 자신이 맡은 일을 위해 노력하며 분투하는 사람들입니다(2:1~6). 복음의 사역자로서 교회를 섬기는 자들은 결국 이렇게 믿음의 ‘선한 싸움’(4:7)을 싸우며 고난받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입니다.
인정받고 쓰임 받는 지도자(딤후 2:14~26)
바울은 하나님께 쓰임 받는 일꾼이 되기 위해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하나는 진리의 말씀이며(15절), 또 하나는 깨끗함입니다(21절). 이 땅의 교회는 끊임없이 망령되고 헛된 말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자들의 공격을 받게 마련입니다. 교회의 참된 지도자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잘못된 가르침들로부터 성도를 지키기 위해 진리의 말씀만을 선포해야 합니다.
바울은 또한 교회의 지도자는 죄로부터 깨끗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청년의 정욕, 마귀의 올무에서 벗어나 의와 믿음과 사랑과 화평을 따르는 사역자가 돼야 합니다(22절). 어리석고 무식한 변론, 다툼으로부터 벗어나 오직 주님께서 주신 온유함으로써 사람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주님께 쓰임 받는 자라 할 수 있습니다.
유언 - 말씀을 전파하라(딤후 3:1~4:8)
바울은 디모데를 다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디모데에게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당부를 하며 가르침을 마감합니다.
바울은 이후에 사람들이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3:5), 즉 종교적인 행태는 갖추고 있으나 정작 복음에 근거한 진리의 능력은 없는 모습으로 타락해 갈 것(3:2~4, 13)을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디모데에게 비록 그런 세태 가운데 살더라도, 또 교회 내에 그런 영향력이 흘러 들어오더라도 결코 그런 모습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을 그 모델로서 제시합니다(3:1~11).
이어 바울이 강력하게 디모데에게 권면한 것이 바로 성경의 진리에서 떠나지 말고, 오직 “말씀을 전파하라”는 것입니다(3:14~4:5). 디모데의 책무는 세상의 헛된 가르침이 아닌 오직 어려서부터 배운 성경을 성도들에게 가르치는 데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성경이 아닌 다른 헛된 이야기를 따라, 또는 자기 사욕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스승을 따라다닌다 해도(4:3~4), 디모데의 사명은 오직 말씀만을 전파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디모데후서를 쓰는 이 시간까지 오직 이 하나의 사명만을 가슴에 품고 달려온 사람입니다(4:6~8). 바울은 비록 지금 갇힌 자가 돼 언제 처형을 당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 있지만, 하나님께서 주실 의의 면류관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사랑하는 디모데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그 가르침의 핵심에는 절대 말씀에서 떠나지 말라는 권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교회를 섬깁니다. 새해를 맞이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기 바랍니다. 내게 주어진 섬김의 자리가 작고, 내가 섬겨야 할 사람이 단 한 사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각자는 복음을 전파할 사명자로서 복음과 함께 고난받기를 기뻐하고, 세상의 수많은 그럴싸한 교훈들 가운데서 오직 성경 말씀만이 참 진리임을 선언하는 사명을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2014년에 내게 주어진 사명을 되새기며 힘차게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동역자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