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하나님을 믿고 그 주권을 고백하면서도, 우리 앞에 펼쳐지는 여러 사건들이 모두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 전쟁과 기근과 부조리한 일마저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 포함돼 있다고 선언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주권이 절대적임을 선언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씀이 바로 다니엘서의 후반부입니다. 비록 우리 눈에는 이 세상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거대 국가의 통치자들과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니엘서에 의하면 이 세상은 분명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고 계시며 모두 주님의 섭리 가운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자(6장)
다니엘은 다리오 왕의 인정을 받아 바사(페르시아) 전체를 다스리는 총리로 발탁돼 탁월한 기량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주위 고위 관료들의 시기를 사게 됩니다. 그들이 다니엘을 시기한 근본 원인은 그가 세상 나라, 즉 바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속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떠한 흠결도 없는 다니엘을 죽이기 위해 그의 신앙을 트집 잡는 모습은 이 세상이 하나님 나라에 속한 자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적 적대감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 줍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삼십 일 동안 어떤 신이나 사람에게도 무엇을 구해서는 안 된다는 왕의 금령이 내려졌음을 알면서도 늘 지켜왔던 기도생활을 멈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이 자신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어두기까지 했습니다(6:10).
참소자들에 의해 다니엘이 고발당했을 때 왕마저도 다니엘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속한 자는 하나님께서 구원하십니다. 다니엘은 사자 굴에서 살아났고, 다니엘을 참소했던 자들이 도리어 사자 굴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습니다.
다니엘은 비록 바벨론과 메대, 바사 시대에 살면서 그 나라에서 술객과 총리로 살았지만 자신이 하나님 나라에 속했음을 잊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든 일을 탁월하게 처리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구름을 타고 오는 인자(人子)의 나라(7장)
다니엘과 그 세 친구가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1~6장),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어떻게 통치하시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이어집니다(7~12장). 이는 모두 다니엘의 꿈과 환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직접 보여 주신 인간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벨사살 1년, 주전 553년에 다니엘은 꿈을 통해 큰 네 짐승의 환상을 봤습니다. 사자 모양에 독수리 날개가 있는 첫째 짐승은 바벨론(7:4), 곰과 같은 형상의 둘째 짐승은 메대와 바사(7:5), 날개 넷이 달린 표범 모양의 셋째 짐승은 헬라(7:6), 이전의 짐승과는 매우 다르게 무섭고 강한 넷째 짐승(7:7)은 로마와 그 이후의 시대를 상징합니다. 헬라의 알렉산더가 주전 323년에 죽었으므로, 이 환상은 200년이 넘는 후대에 일어날 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니엘의 이 환상에 넷째 짐승의 시대, 곧 로마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것이 예언돼 있습니다(7:9~14). 하나님의 주권 아래 짐승들의 시대, 즉 대제국의 시대가 마감되고 인자(人子)와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온 세상의 권세를 얻으실 것이 500여 년 전에 예언됐습니다(7:13~14).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키실 때 ‘(그) 인자’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면 반드시 멸망한다(8장)
벨사살 3년(주전 550년경), 다니엘은 두 번째 환상, 곧 숫양과 숫염소의 환상을 봤습니다. 처음에 본 두 뿔 가진 숫양은 메대-바사(메디아-페르시아) 연합국을 상징합니다(8:3~4). 이 강력한 제국을 숫염소로 상징된 알렉산더가 이끄는 헬라가 단숨에 무너뜨립니다. 천사 가브리엘에 의해 전해진 이 환상은 이후에 알렉산더가 죽고 헬라가 넷으로 나뉘게 될 것이며(8:8, 21~22), 그 네 왕국 중 한 왕이 유대 지역을 정복해 성전을 더럽힐 것에 대한 것도 예언됐습니다. 이는 시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4세에 의해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8:9~14).
하나님께서는 그 섭리 가운데 대제국들의 시대를 허락하셨고, 그 회오리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성전이 훼파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그렇게 섭리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을 대적한 이 제국들은 모두 하나님에 의해 망한다는 사실입니다(8:25).
하나님의 백성은 다시 일어나리라(9장)
세속 역사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하나님의 백성이 가져야 할 역사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니엘의 기도와 가브리엘의 응답에 의해 나타납니다. 다리오 원년, 즉 바벨론이 멸망하고 메대-바사 제국이 시작되는 시기에 다니엘은 예레미야서에 이미 바벨론이 멸망하리라는 예언이 있음을 기억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이 백성을 회복하시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회개 기도를 시작합니다. 비록 이 백성이 죄를 범함으로 이렇게 포로가 됐지만 하나님의 긍휼로 하나님의 땅을 회복시켜 달라는 간구입니다(9:1~19).
다니엘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 다니엘의 기도에 응답하시는데, 단순히 이스라엘의 귀환과 회복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그리스도를 세우시고 그를 통해 종말, 즉 완전한 구원에 대한 예언까지 주셨습니다(9:20~27).
하나님은 세상 역사를 언약 백성 중심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언약 백성이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기에 거대 제국을 사용하셔서 그 나라를 폐하시고, 이를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 언약을 갱신하십니다. 또한, 언약 백성이 포로생활을 하는 기간은 단지 형벌을 치르는 것만이 아니라 장차 새롭게 진행될 하나님의 구원을 시작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죄를 범해 포로가 된 자들을 사용하셔서 세상을 구속하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설이 계시되고 있습니다.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빛난다(10~12장)
바사 왕 고레스 3년, 즉 이스라엘의 1차 귀환이 이뤄진 직후, 오직 조국을 위해 기도하던 다니엘이 다시 환상을 보게 됩니다. 힛데겔 강에서 다니엘은 환상 가운데 한 사람을 보는데, 그의 영광 앞에 압도당하고 맙니다(10:4~9). 다니엘에게는 그 큰 영광 가운데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계획이 계시되는데, 다니엘이 살고 있던 당시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먼 훗날의 일이었습니다(10:14).
그런데 다니엘이 힛데겔에서 받은 계시(11장)는 사실 7장과 8장에서 제시된 환상을 구체적인 언어로 다시 제시한 것입니다. 7~8장에는 짐승, 숫양과 숫염소 등의 비유적 언어로 사용됐으나, 11장에서는 실제로 일어날 일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언에 언급된 바사에서 일어날 세 왕은 캄비세스, 스메르디스, 다리오 1세이며, 부요하고 강한 넷째 왕은 크세르크세스 1세로 헬라를 공격했던 왕입니다(11:2). 그 후 알렉산더가 바사를 멸망시켰으나 일찍 죽고, 헬라는 톨레미(이집트 지역, 남방), 셀류키드(시리아 지역, 북방) 등 네 왕국으로 분열됩니다(11:3~4, 8:8). 이후 톨레미가 공주를 보내 셀류키드와 정략결혼을 하는 것도 그대로 제시됩니다(11:5~6). 그러나 그 정략결혼도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을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그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북방 셀류키드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가 성전을 파괴할 것이 그대로 예언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오직 하나님을 아는 백성은 강해서 용맹을 떨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타락해 악을 행할 것입니다(11:28~32). 하나님은 악한 자가 형통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내버려 두시지만, 그것을 통해 자기 백성이 철저하게 자기 허물을 벗고 회개한 이후에는 즉시 악인들을 멸하실 것입니다(11:45). 악인이 흥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지혜로운 자는 자기를 지키며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빛날 것입니다(12:3).
비록 사람이 알 수 없는 시기에 이 일이 일어날 것이어서 다니엘도 그 의미를 다 파악할 수 없었지만, 다니엘은 이 모든 계시를 받아 전하는 것으로 자기 사명을 마치고 평안을 얻게 되리라는 말씀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속해 세상 나라의 권력자들의 다스림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주님의 나라에 속해 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구름을 타고 온 인자의 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과 고통도 하나님께서 내 연약함과 부정함을 제거하시기 위해 주시는 것임을 기억하며, 말씀을 통해 위로와 새 힘 얻기를 바랍니다. 오직 하나님을 아는 백성은 강하여 용맹을 발합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다니엘서를 묵상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에서 다스리는 주님의 거룩한 백성, 그 정체성을 확인하는 3월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