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08월

참된 통치자, 여호와 하나님

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

이스라엘에 유월절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광복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늘 기쁘고 자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각 시대마다 이 나라를 이끌어갔던 위정자들을 비판합니다. 그중에는 비판받아 마땅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 가운데 등장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지도자들 중에서 아무런 흠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지도자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유일하신 통치자는 우리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통치야말로 참된 통치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떤 통치자이시며, 그분이 다스리시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우리가 이것을 안다면 우리나라가 어떤 원리에 의해서 다스려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8월에는 출애굽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통치에 대해 자세히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의 왕권을 파괴하심(9~10장)
백성들이 왕에게 굴복하는 이유는 왕이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굴복하지 않는 왕은 왕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가축은 전혀 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의 백성인 애굽인들의 가축들은 돌림병으로 모두 죽습니다(9:6). 그 이후에는 가축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악성 종기가 생겨 요술사들마저 바로 앞에 서지 못하게 됩니다(9:11). 바로는 백성들의 재산뿐 아니라 모세의 말에 대항했던 자신의 최측근인 요술사들마저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신하들 중에 모세의 말을 따르는 자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박으로 들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가축이 그에 맞아 죽으리라’는 모세의 예언을 믿고, 자신의 가축을 집 안에 들이는 자들이 생겨난 것입니다(9:20). 실로 그 말을 들은 자는 자신의 가축을 살렸지만, 믿지 않은 자는 돌림병과 악성 종기의 재난 끝에 남은 가축들마저 잃고 맙니다.
그래도 마음을 바꾸지 않는 바로에게 마지막 남은 소망마저 사라지게 하는 메뚜기 재앙이 선포되자, 바로의 신하들은 애굽이 망했음을 깨닫게 됩니다(10:7). 결국 바로는 이스라엘의 자녀들은 가지 못하게 하고 장정들만 가라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협상은 결렬됩니다. 그리고 애굽 내의 모든 푸른 것이 남지 않는 메뚜기 재앙이 밀어닥치게 됩니다(10:15).
만약 바로가 백성의 안녕을 도모하는 참된 통치자였다면, 모세와 어설픈 타협을 하는 게 아니라(10:8~11),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고 재앙을 멈추게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왕권 외에는 다른 관심사가 없었습니다.
결국 바로는 흑암의 재앙을 만나게 되고(10:21~22), 애굽에는 더 이상 아무런 소망이 없게 됩니다. 태양신의 아들을 자처하던 바로는 그 햇빛마저 지키지 못하는 존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세상에 빛을 주는 이는 오직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심이 증명됐습니다(10:23). 그럼에도 바로는 하나님 앞에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모세와 바로의 협상은 결렬돼 애굽의 소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10:28~29).

새 지도자를 세우심(11장)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재앙을 준비하시면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애굽 사람으로부터 은금 패물을 구하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11:2).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세가 바로의 신하들과 백성들의 눈에 아주 위대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11:3). 이는 왕의 권위가 바로에게서부터 모세에게로 넘어갔음을 보여 줍니다. 모세는 어느새 애굽 백성들로부터 재물을 걷을 수 있는, 즉 조세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백성으로부터 조세를 걷는, 이스라엘이 애굽을 다스리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왕이라는 이름만 남은 바로의 왕권과 모세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왕권의 차이는 마지막 밤에 완벽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이스라엘에는 개 한 마리 짖는 소리 없는 평화가, 애굽에는 모든 사람이 밤중에 잠에서 깨어 울부짖는 고통이 임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백성을 돌보지 않고 하나님께 굴복하지 않는 권력을 무너뜨리시며, 새로운 통치자를 그 자리에 세우셔서 자신의 백성을 다스리게 하십니다.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심(12:1~13:16)
많은 나라가 건국기념일, 독립기념일 등을 통해 그 나라의 정체성을 규정하듯이 이스라엘도 그들의 독립기념일, ‘여호와의 밤’(12:42)을 기념하게 됐습니다. 여호와의 밤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 애굽인에게는 가축들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처음 난 것이 죽는 재앙의 날이었으며,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430년의 노예 생활을 마감하고 70여 명이던 야곱의 자손이 60만 대군을 이뤄 독립한 날이었습니다(12:37~41).
그런데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식은 특별한 장소에서 귀인들이 모이는 화려하고 웅장한 의식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각자의 집에서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양이나 염소를 잡아 그 피를 집 출입구에 바르는, 전국이 피범벅이 되는 이 의식은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예식은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이며, 어떤 민족인지를 분명하게 규정합니다. 유월절 예식은 이스라엘 역시 죄인으로서 애굽이 당한 심판을 똑같이 당해야 하지만 은혜로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12:13). 그렇기에 무교절, 즉 매해 첫 달인 아빕월(정월 대보름) 14일 밤부터 21일까지 7일간은 이스라엘이 원래 애굽의 노예로서 종살이를 하다가 애굽과 함께 멸망을 당해야 마땅했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음을 기억하는 날이 돼야 했습니다(12:15~20).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교육철학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유월절과 무교절을 대대로 지킴으로써, 이스라엘의 모든 부모는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지 가르쳐야 했습니다(12:26~27). 이스라엘의 모든 처음 난 것들은 양으로 대속하거나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 역시 ‘여호와의 밤’을 기억하게 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어떤 민족인지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됐습니다(13:14~16).
또한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인 동시에 이스라엘의 구성원을 규정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유월절 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스라엘의 혈통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할례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이방인 출신이라도 하나님을 믿으면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하나님으로부터 구원을 얻은 백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혈통에 의한 민족이 아니라 신앙에 의한 민족임을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12:43~49).

자신의 백성을 지키심(13:17~14:31)
인간 역사에서 대부분의 왕은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걷고, 군대를 만들기 위해 징병을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오로지 자신의 백성을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가나안과의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아셨기에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직접 가게 하지 않으셨고(13:17),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보호하셨습니다(13:21~22).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능력은 홍해에서 확실하게 증명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추격할 것을 아시고, 이스라엘을 바닷가로 인도하셨습니다(14:2~4). 이때까지 하나님의 편에 선 사람은 모세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의 60만 명의 장정들은 애굽 군대의 추격에 크게 두려워하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믿음을 가진 단 한 명의 병력으로 대역사를 이루십니다(14:10~14).
모세에게 지팡이를 든 손을 바다 위로 내밀게 하신 후 바람으로 홍해를 가르시고(14:16), 이스라엘을 추격하는 애굽 군대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근접하지 못하게 막으셨습니다(14:19~20, 24~25). 그리고 다시금 모세에게 바다 위로 지팡이를 든 손을 내밀게 하셔서 애굽 군대를 수장시키셨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직접 하셨지만, 이를 통해 모세의 권위를 세우신 것입니다.
이 싸움에서 이스라엘의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모세 외에 단 한 명의 병사도 징집하지 않으셨고, 단 한 명의 전사자도 없도록 보호해 주셨습니다. 사실 모세마저도 자신의 힘으로 싸운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지팡이를 든 손을 두 번 바다 위로 뻗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승전의 영광을 얻게 하시고, 백성들이 모세를 믿고 따르도록 권위를 부여해 주셨습니다(14:31).

이처럼 출애굽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그의 나라와 그의 통치가 어떤 성질의 것인지를 매우 명확하게 보여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와 같이 우상과 거짓 술수에 그 기반을 둔 통치자, 백성을 위협해 자신에게 굴복하게 하는 통치자, 백성의 재산을 빼앗고 그 아들들을 징집해 죽게 하는 통치자들을 벌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참된 지도자를 세우시고, 자신의 백성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 분명하게 알게 하시며, 온전히 보호하셔서 그 백성에게 영광을 부여하시는 왕이십니다. 이런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지금 이 땅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 임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8월,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며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중보하는 성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