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창세기Genesis (14~24장)
믿음은 떠남에서 시작됩니다.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기나긴 믿음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의 나이 일흔 다섯, 그동안 일구어 놓은 안정되고 친숙한 것들과 이별하기로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한 달은 아브라함의 믿음의 여정을 따라 말씀 묵상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가 믿음의 조상으로, 축복의 근원으로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끊임없이 오르고 내려야 했던 믿음의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함께 따라 가면서 우리의 믿음도 조금씩 성숙해지는 은혜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14장 롯이 선택한 소돔 땅은 여러 나라의 각축장이었습니다. 결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롯은 엘람 왕 그돌라오멜에게 붙잡혀 가게 됩니다. 이 소식을 접한 아브람은 집에서 훈련시킨 병사들을 이끌고 쫓아가서 롯을 구하고 빼앗긴 재물과 사람들을 찾아옵니다. 그는 돌아오는 길목에서 만난 살렘 왕 멜기세덱으로부터 얻은 것의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예물로 드리는데, 이것이 십일조의 기원이 됩니다.
15장 이 일 후에 하나님이 다시 아브람을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여 주시며 ‘네 자손이 이와 같을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믿음은 캄캄한 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습니다. 믿음의 사람은 눈을 들어 어두운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봅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브람이 쪼개어 놓은 제물 사이로 지나시며 다시 한 번 언약을 확증해 주십니다.
16장 자녀를 기다리다가 지친 사래는 자신의 몸종 하갈을 통해 자손을 얻기 원하고, 아브람은 이에 동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임신하게 된 하갈과 사래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기고 집안의 평화가 깨어집니다. 이때 태어난 이스마엘은 두고두고 분쟁의 씨앗으로 남게 됩니다.
17장 아브람의 나이 99세 때, 13년 만에 하나님이 다시 그에게 나타나셔서 이름을 바꿔 주시며 할례를 행하게 하십니다. 남자의 힘과 생명의 상징물에 칼을 대는 것은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믿음의 외면적 표현입니다. 이로써 과거의 아브람은 죽고,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나님은 사래의 이름도 사라로 바꾸신 후, 그에게 아들을 낳도록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18장 부지중에 천사들을 극진히 대접한 아브라함은 내년 이맘 때 아들을 낳으리란 구체적인 약속을 받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웃음 짓지만, “여호와께 능히 못할 일이 있겠느냐”라는 되물음에 얼른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소돔을 위해 끈질기게 중보기도 하는 장면에서 믿음의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브라함을 보게 됩니다.
19~20장 매우 암울하고 답답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극도로 타락한 소돔에 살면서 점점 무너지는 롯의 가치관을 봅니다. 천사들의 도움으로 롯과 아내와 딸들이 겨우 피신하지만, 소돔에 여전히 미련을 둔 아내는 뒤돌아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 버립니다. 롯과 두 딸의 근친상간으로 모압과 암몬 족속이 탄생됩니다. 20장에선 골짜기로 곤두박질치는 아브라함을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 애굽 왕 앞에서 그랬듯이, 똑같은 거짓말을 그랄 왕 아비멜렉에게 되풀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을 선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마음이 찡합니다.
21~22장 드디어 이삭이 태어납니다. 실로 오랜 세월을 기다린 끝에 얻게 된 약속의 후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지막으로 아브라함의 믿음을 연단하십니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충격적인 말씀 앞에 아침 일찍 일어나 순종하는 아브라함은 이제 믿음의 정상에 서게 됩니다. 모리아 산에 오르며 제물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이삭을 바라보는 아브라함의 모습에서,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사라의 죽음과 이삭의 결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아브라함, 그를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아브라함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열심이 그를 믿음의 정상에 세우신 것입니다. 지금 안주하고 있는 자리에서 믿음으로 일어서기만 한다면, 신실하신 하나님이 우리 또한 믿음의 정상에 축복의 근원으로 우뚝 세워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