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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씨앗은 우리가, 열매는 하나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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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의 장기 선교사가 되려면 간호사든 의사든 의무적으로 신학 수업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모두 성경공부 정도는 딱 부러지게 가르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 사역의 중압감 때문에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료 사역에 관여된 선교사들 대부분이 그 부분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차에 니콜라가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꺼냈으니, 잠자던 휴화산에 불을 붙인 격이 되어 급기야는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무거운 분위기 중에 내가 조용히 알라지와 오마르라는 두 청년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두 청년이 우리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를 드리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진지했고, 성경 지식도 꽤 있었다. 몇 주일이 지난 어느 날,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물어봤다.
언제부터 예수님을 믿었는지, 어느 교회에 다니다가 온 형제들인지. 그들은 교회에 다닌 적이 없지만 자롤 마을에서 헬가 선교사가 가끔씩 자기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와서 실시하는 성경공부 그룹에 참석했다고 했다. 헬가는 우리의 동료 선교사로서 자롤 마을에서 간호 선교사로 21년을 사역하다가 몇 년 전에 호주로 돌아간 분이었다. 결국 그들은 세례까지 받았다.
나는 이 예를 들면서 “의료 사역을 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여기 이렇게 모르는 사이에 씨앗에서 싹이 나고 우리가 추수를 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청년의 3분의 1가량은 다 시골에서 의료 사역을 하고 있는 여러분이 뿌린 씨앗의 열매”라고 했다.
그것은 불과 10여 분의 간증도 설교도 아닌 나눔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답답해하고 암울해 있던 선교사들에게 그처럼 기쁨과 용기를 주는 말이 되었을 줄이야. 주님께서는 그 시간을, 주를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독신 여자 선교사들에게 미련한 나의 입을 통해서 위로의 말을 주는 귀한 시간이 되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