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함께 일하는 사역자들 중에 의사도, 간호사도, 약사도 아닌 사람들을 소위 ‘무사’라고 부른다. 그런 무사 가운데 한 분이 미국 국영회사에서 이사로 있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사역자로 헌신했다. 그분은 한동안 집안(輯安)에 있는 우리 진료실을 맡아 그곳에서 봉사를 했다.
그분의 주머니에는 늘 여러 개의 손톱깎이가 들어 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지는 못하니까, 환자들이 진료실을 찾아올 때마다 환자 앞에 앉아 손톱과 발톱을 깎아 준다. 그러면서 본인이 큰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세상 속에서 편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하나님 앞에 갔으면 부끄럼밖에는 없었을 텐데, 이렇게 불러 주시고 사역하게 하시고 또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일 년 내내 힘든 노동을 하며 목욕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의 손톱을 깎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은 그분이 중국 공안에 불려가 하루 종일 심문을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혐의가 없어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 베개를 베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누군가와 이 감격을 나누어야 되겠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원장님, 저 오늘 하루 종일 심문받았는데, 저녁때가 되니 집으로 가라 해서 이제 제 침대에서 잠을 잡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잊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신앙이고 성령님이 아니겠는가. 병원, 진료실, 복음 사역, 이 모든 것도 하나님이 베푸신 기적의 연속이지만, 내가 변하고 우리 사역자들이 변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크고 귀한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