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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할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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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젊은 시절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분이셨다. 며느리인 우리 엄마에게 성경책을 선물하며 신앙생활을 권하기까지 하셨다. 그런데 장사를 하며 일상에 쫓기게 되자 서서히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되셨다. 교회에 함께 나가자고 말씀드려 보았지만 쉽게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할머니가 손녀인 내가 캄보디아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전화를 하셨다. 젊은 나이에 왜 힘들고 어려운 나라에 가느냐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혼자서 포목점을 하고 계셨다. 장사하는 곳에서 홀로 밥도 해 드시고 잠도 주무셨다.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용돈을 받으시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벌어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셨다.
“연희야, 안 가면 안 되니? 그냥 여기서 평범하게 직장 다니고 결혼하면 안 되는 거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연로하신 할머니를 걱정시켜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가 기도 많이 해주셔야 손녀딸 아프지 않고 거기서 열심히 봉사할 수 있어요.” 할머니는 더 이상 묻지 않으시고 알겠다고만 하셨다. 할머니가 많이 마음 아파하신다는 것을 수화기 너머로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또다시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목소리가 밝으셨다. “네가 기도해 달라고 해서 우선 주기도문인가… 그것부터 시작했다. 눈이 잘 안 보여서 자세히는 못 외웠는데 맞나 안 맞나 한번 들어 봐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할머니의 기도에 나는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몇십 년 동안 교회에 가자고 말씀드렸는데도 꿈적도 안 하시던 할머니의 입에서 주기도문이 흘러나오다니…. “손녀딸이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로 간다는데, 이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니. 필요한 게 기도라면 많이 해 줄게. 힘내라….” 나는 하늘을 날 것처럼 기뻤다. 그렇게 하나님은 나에게 기적을 보여 주셨다. 부모님의 허락과 할머니의 기도, 그리고 마침내 재정 문제도 해결되었다. 하나님은 캄보디아로 향하는 길을 나에게 활짝 열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