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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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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역 주변에는 다방이 많아 구두닦이 아이들이 역 근처에 모여 살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왜 시각 장애인이 되었는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나는 원래 맹인이 아니야. 맹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어. 아저씨는 맹인이 된 후에도 여자고등학교에 가서 프랑스 말을 가르쳤지. 참, 아저씨는 불어를 전공한 사람이었거든. 그래,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 글을 못 봤지. 못 보는 사람이, 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겠니? 항상 불안하고 가슴이 아팠고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그랬어. 그런데 어느 날 맹인인 것이 탄로 났지 뭐야. 그래서 쫓겨나게 되었어. 내 인생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서울역으로 인도해 주셔서 너희를 만나게 된 거야.”
그때 아이들은 그 이상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제게 확 달려들면서 목을 껴안았습니다. “아저씨가 선생님이었다고요? 그럼 됐어요.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이 필요해요. 다시 저희 선생님이 되어 주시면 되잖아요”라며 울부짖었습니다.
“다시, 선생님?” 그 순간에 뜨거운 성령의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온몸이 뜨거워졌습니다. 성령님이 제게 속삭이셨습니다. “요한아, 알았지? 이것이 너를 향한 내 계획이었단다. 너는 끝난 게 아니야.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
그 약속의 말씀은 가슴에 항상 남아 제 인생을 이곳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왜 저입니까?”라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왜 시각 장애인이 되었고, 왜 버림받았고, 하나님이 왜 서울역으로 나를 보내셔서 이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셨는지….
“하나님, 그러시다면 제가 맹인이 된 것을 감사할 수 있어요. 서울역으로 보내 주신 것도 감사하고,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신 것도 감사해요.”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이 아니구나, 나와 동행하고 계시는구나….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알면 알수록 기도의 무릎으로 나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의 고백이 터져 나오고 기쁨이 충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