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과월호 보기
승합차를 타고 권사님 집으로 갔다. 벽에 권사님이 기대 앉아 있는데, 가만히 보니 마치 실성한 사람같이 눈동자가 움직이지도 않는다. “권사님, 왜 그렇게 정신이 없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목사님, 제가 평생을 살면서 원수 맺은 사람도 없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없었는데 어떤 죽일 놈이 우리 고추밭을 다 뽑아 놓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권사님, 사실은 제가 오늘 오후에 권사님 밭에 가서 고추를 뽑았습니다.” “목사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목사님이 왜 우리 고추밭에 손을 댑니까?”
“권사님 정신 차리고 잘 보십시오. 권사님이 하도 고추밭에만 매여 있으시기에 제가 오늘 오후에 가서 뽑았습니다. 제 손 좀 보십시오. 껍질이 다 벗겨지지 않았습니까?” 권사님이 내 손을 한참을 뚫어져라 보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묻는다. “목사님이 왜 우리 고추밭을 뽑습니까?”
“권사님은 지금까지 수십 년 예수님을 믿고 권사님까지 되셨는데,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감격한 적이 있습니까? 주님은 온 천하에 다니며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생각하고 지킨 적이 있습니까? 권사님은 지금 고추밭 때문에 심장이 떨리고 치가 떨려서 말을 못한다고 하시는데, 예수님 믿고 너무나도 좋아서 오늘처럼 심장이 떨린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옆 사람이 지옥에 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오늘처럼 떨린 적이 있습니까?”
권사님이 가만히 눈을 감는다. 7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권사님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목사님, 제가 너무 잘못했습니다. 이 고추가 뭐라고, 이 고추가 뭐라고, 지금까지 여기에 이렇게 온갖 정성을 쏟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 하나님이 권사님의 마음을 만지셔서 비로소 뭐가 중요한지 깨닫게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