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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30대 남자 성도 한 분이 축도가 끝나자마자 교회를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왜 그렇게 급히 가시느냐고 물었다.
“목사님 설교 말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가슴이 찡하며,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주일에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친교 시간에 대해 실망과 기대가 뒤섞여 있다. 먼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예배가 마치기 무섭게 곗돈 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왜 그렇게 곗돈을 늦게 내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성토한다. 사업 이야기도 나온다. 평소 못마땅했던 사람에 대한 험담이 터진다. 다시 반복되기도 한다. 오늘이 주일인지, 여기가 교회인지를 잊어버린 듯한 모습일 때가 많다.
이럴 때 앞의 남자 성도와 같은 분은 서둘러 현장을 벗어나려고 한다. 구역 모임도 예배 후에 친교를 나누는데, 이 시간을 피하고자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은혜로 들은 말씀과 감격으로 부른 찬양, 눈물로 올린 기도가 ‘친교’라는 이름의 어설픈 모임에 의해 무력화되고 마는 일이 실제로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경은 친교를 중시하고 강조한다. 구약의 5대 제사 중 번제를 제외한 모든 제사는 하나님과 사람이 함께하는 형식이다. 예수님의 생애에도 음식을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장면이 참 많다. 예배와 친교는 맥을 같이해야 한다.
어느 주일 친교 시간, 참 아름답고 부러운 장면을 보았다. 아이를 돌보느라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없었던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설교 내용을 전해 주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식탁을 사이로 마주 보며, 설교 요점을 말하고 듣는 모습이 참 진지했다. 하나님이 주인이요 가장으로 모셔지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