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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강화 북부 해안 홍의 마을에 종순일(種純一)이라는 부자 교인이 있었는데 마을에서 그의 돈을 빌려다 쓰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성경에서 마태복음 18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를 읽었다.
임금에게 1만 달란트 빚진 신하가 그 빚을 탕감받고 나가다가 자기에게 1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만나 그의 빚을 탕감해 주지 않고 옥에 가두었는데, 그 사실을 안 임금이 화를 내며 그를 잡아 다시 옥에 가두었다는 내용의 말씀이었다.
‘마을 부자’ 종순일은 이 말씀을 읽고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자기에게 돈을 빌려 간 마을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모였다. 종순일은 자기가 읽은 마태복음 18장 21절 이하 말씀을 들려준 후 다음과 같이 선언하했다.
“오늘 이 말씀에 나오는 악한 종이 바로 나외다. 내가 주님의 은혜로 죄 사함을 받은 것이 1만 달란트 빚 탕감받은 것보다 더 크거늘,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빌려 주고 그 돈을 받으려 하는 것이 1백 데나리온 빚을 탕감해 주지 못한 것보다 더 악한 짓이오. 그러다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오늘부로 빌려 준 돈은 없는 것으로 하겠소.”
그는 빚 문서를 꺼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불살라 없앴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교회 전도사가 증인이 되었다. 빚을 탕감받은 마을 사람들이 교인이 된 것은 당연하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종순일은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마 19:21)라는 말씀을 읽고 자기 재산을 처분하여 교회에 헌납했다. 교회는 그 돈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 묘지를 구입했다. 또 얼마 있다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각 지방과 고을에 보내셨다’(눅 10:1)라는 말씀을 읽고 아내와 함께 괴나리봇짐을 메고 남쪽 길상면으로 전도여행을 떠났다. 그 후 ‘땅끝’(행 1:8)을 찾아다니며 전도했다. 그는 그렇게 강화, 석모, 주문, 옹진 등지의 외딴 섬을 돌며 십수 처 교회를 개척했고 평생 가난한 전도자로 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