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을 때도 처마 밑에 받아 둔 빗물을 썼다. 목사님이 조금 더 작은 섬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고 하셔서 작은 배를 타고 갔다. 섬으로 가면서 목사님은 파도가 조금 걱정스럽단다.
그 섬에는 말을 제대로 못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과 자식들을 육지로 보내고 거기서 일하시는 노부부 두 분이 살고 계셨다. 우리는 가져간 물품을 전달하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파도를 만났다. 그리 큰 파도는 아니었는데 조그만 보트에 열세 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배가 곧 뒤집어질 것 같았다. 목사님은 바다에 빠지면 물이 차가워서 생명이 위태롭다고 하셨다. 파도가 연달아 두 번 배를 쳤다. 배 앞에 앉아 있던 나는 모든 파도를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다. ‘하나님, 이 배를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합니다.’
정말 배를 의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세 번째 파도가 오는 것을 보고 있던 나는 본능적으로 목사님을 향해 크게 외쳤다. “목사님, 시동을 끄세요!” 목사님이 시동을 끄셨고, 배는 파도에 부딪혀 이리저리 나뭇잎처럼 흔들렸다. 다행히 배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배는 갯벌 쪽으로 밀렸다가 무사히 돌아왔다. 목사님은 우리가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전도여행 팀이 죽으면 복음 전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었다고 하셨다. ‘난 내 목숨이 더 중요한데….’
그날 저녁 목사님이 간증을 하셨다. 섬에서 복음 전하다가 술 취한 사람이 낫을 휘둘렀는데 목사님 목에 낫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야기, 보트를 타고 전도하러 가다가 튕겨 나가서 보트는 멀리 가고 자신은 물에 빠져서 죽게 되었는데 보트가 돌아온 이야기를 하셨다. 섬을 나오면서 모두 죽게 된 그 기막힌 상황에서 나를 위한 꿈이 죽었다. ‘사람은 이렇게 언제든 쉽게 죽을 수 있는 존재이니, 나를 위해 살면 안 되겠다. 예수님을 위해 살아야겠다. 어떻게 예수님처럼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