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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주방에서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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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도는 SOS기도였다. ‘Save Our Souls’라는 말 그대로 늘 우리 영혼을 위해 긴급히 요청했다. 화살기도였다.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으면 반드시 기도하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기도했다.
“만약 식구들이 옳다면 제 마음을 바꿔 주시고, 그들의 상처 때문이라면 상대방의 마음을 바꿔 주십시오.”
식사 기도만큼이나 이 기도를 많이 드렸다. 나의 골방은 주방이었다. 따로 서재도 없었고 기도실도 없었다. 들고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가족들의 밥상을 몇 번이나 차리고 집에 오는 손님들을 대접하다 보면 나는 거의 온 종일 주방에 있었다. 분주한 중에도 잠깐 잠깐 주님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다. 설거지를 하면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차를 끓이면서 주님을 불렀다. 주님이 내 마음을 바꿔 주시면 식구들이 옳았음을 알았고, 식구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또 감사했다.
유쾌하신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얼마나 재미있게 응답해 주시는지 모른다. 목사님은 대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집에서도 바빴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꼭 흔적을 남겼다. 옷도 여기저기에 벗어 두었다. 식구들이 많다 보니 나도 깔끔하게 정리정돈 하는 것은 포기했다. 하지만 깔끔하지는 못하더라도 정리하는 일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어느 날 힘이 빠져서 말할 기운도 없이 복된 자리, 기도의 자리 주방으로 돌아갔다.
“주님! 저 힘들어요. 주님이 보시기에 이 훈련이 제게 필요하다면 계속하게 하시고, 상대방이 고쳐야 한다면 습관을 고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하나님은 목사님의 눈에 지친 아내의 모습이 들어오게 하셨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양말을 빨래통에 얌전히 모아 두도록 하셨다. 그 밖에도 목사님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집안 살림을 도와주려 했다. 너무나 사소해서 의식하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하시는 성령님은 그야말로 인격적인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