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2년 12월

위기에서 발휘된 딸의 지혜

과월호 보기

“선교사님, 선교사님! 정말로 하나님이 살아 계시네요.”
그는 뜬금없이 말했다. 내게 바짝 붙어서 말하는 그 음성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 하나님이 계신 줄 몰랐나?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도 선교사에게 이야기를 해 주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가 물을 수도 없는 것이 이곳의 한계였다. 하지만 내가 먼저 설교를 통해 방화 이야기를 꺼내 놓은 상태이므로 그날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알고 보니 바로 그 전날에 사고가 있었다. 토요일 오후 늦게 한 교인의 남편이 술을 먹고 교회에 찾아왔다. 그는 평소 자신의 아내가 성가대원으로 임명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는 교회를 불 지를 거라며 앞마당에 석유를 뿌렸다. 교인들은 석유를 뿌리는 걸 보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 필리핀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다급한 순간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칼을 뽑거나 나중에 앙갚음을 하기 때문에 겁을 먹는다.
그가 성냥을 그으려는 순간, 그 모습을 본 딸이 한달음에 달려와 아버지에게 달라붙었다.
“아버지는 하나님 안 믿어요?”
“믿는다!”
“도대체 아버지의 하나님은 누군가요? 우리 하나님은 그런 분 아닌데, 아버지가 믿는 하나님은 누구이기에 교회에 불 지르라고 하나요?”
딸은 아버지를 훈계하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딸은 똑똑하고 남다른 데가 있어서 아버지가 사랑하면서도 어려워하던 딸이었다.
‘하나님, 위급한 순간 구원병으로 딸을 보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