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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는 ‘푸르공’이란 차가 있다. 이 차는 러시아에서 만든 9인승 승합차인데, 몇 년을 지나며 보는데도 볼 때마다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만 하다. 우선 차의 생긴 모습이 바퀴 위에 커다란 성냥갑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앞면은 마치 만화에 등장하는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생겼는데, 어쨌든 이상하게 생겼다. 한마디로 미적인 감각과는 거리가 먼 차이다. 내부도 전자 장치는 하나도 없다. 에어컨도 없고 오토매틱 장치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단지 차가 주행하는 데 필요한 장치만 있다.
그러나 거친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데는 이를 당할 차가 없다. 차 밑바닥이 지면으로부터 높기에 어지간한 풀이나 장애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광활한 초원이나 사막에서 차가 고장이 나면, 그 자리에서 고장 난 부분을 간단히 수리하여 다시 달릴 수 있다. 간단하고 단순하여 전문 수리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요즈음 나온 전자장치로 가득한 차가 홀로 몽골 초원에서 고장이라도 일으키면 속수무책이다. 한국에서처럼 보험회사나 정비업체를 부를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문득 푸르공처럼 사는 처남 생각이 난다. 처남은 치과의사의 삶을 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서울 어느 교회 전도사로 시무하게 되었는데 받은 사례비로 아이들을 유치원조차 보낼 수 없는 형편이어서 유치원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모습을 보았다.
명절에만 얻어 입을 수 있던 두 벌 옷으로 1년을 살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 그런데 지금은 너무 부자가 되어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면서 살고 있는가.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는 푸르공을 보면서, 푸르공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나를 가볍게 하여 오직 위엣 것을 바라보고 앞에 있는 구원의 푯대를 향하여 가볍게 달릴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