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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한문공부도 하고 전도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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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월의 어느 날, 개척 후 처음으로 맞는 겨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밤새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도저히 전도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교회 1층에 있던 만물상회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몇몇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지금은 안산동산교회에서 나와 함께 교회를 섬기는 장로들이 된 만물상회 주인 이희원 씨, 현대목공소 사장 문은석 씨, 건축업을 하는 윤승현 씨 등이었다. 우리는 그날 거기서 처음 만났다. 세 사람은 연탄난로를 가운데 두고 한문을 공부하고 있었다. 어떻게 접근할까 생각하다가 성경을 통한 한문 공부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문으로 성경을 가르치면 전도도 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선생님들, 한문 공부하시나 본데 성경으로 한문 공부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성경책 중에 한문으로 된 관주성경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문 배우는 데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제안하자 다들 좋다고 했다. 그래서 지하실에 있는 교회로 내려와 그날부터 같이 한문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문 성경 공부는 보통 밤 11시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 성경 공부를 하던 사람들 가운데 문은석 사장이 유독 질문을 많이 했다. 성경을 배우면 배울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묻고 대답하기를 새벽 5시까지 계속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 되었는지 결국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가 버렸다. 나는 약간 허탈한 마음도 있었지만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에 문은석 사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신 한 사람을 위해 목사가 함께 밤을 새우며 성경을 설명하려 했다면, 비록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지라도 성경이 진리일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날 만물상회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렇게 훗날 교회의 기둥들을 세우는 거룩한 전도사역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