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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오랜 꿈이 깨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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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단강 계곡에 나무 세 그루가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소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나무는 예루살렘으로 가서 성전 재목이 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와서 경배하는 성전의 한 부분이 되고 싶었던 겁니다.
두 번째 나무는 바다로 가고 싶었습니다.
범선이 되어 사람들의 왕래를 도울 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 나무는 그대로 그 자리에 남고 싶었습니다.
아주 높이 자라서 하늘을 향해 가지를 치켜들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 그늘에 앉아 쉬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세 그루 나무가 잘리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전 기둥이 되고 싶었던 첫 번째 나무는 잘려서 베들레헴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나무는 나귀와 소의 먹이통이 되는 슬픈 신세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나무는 큰 배가 되어 대양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서글프게도 조그마한 조각배가 되고 말았습니다.
냄새나는 어부들과 비린내 나는 생선이나 싣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일이 없을 때는 호숫가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싶어 했던 세 번째 나무는 찍히고 다듬어져 엉뚱하게도 저주받은 죄인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가 되었습니다.
비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참 후에 유대 땅에 예수가 태어났습니다.
예수는 마구간에서 태어났는데, 첫 번째 나무였던 말구유는 결국 예수를 눕히는 침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번째 나무는 큰 영광을 얻었습니다.
다시 세월이 흘러 예수가 복음을 널리 전할 때 갈릴리 호수에 와서 보잘것없는 한 조각배에 올라앉아 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예수가 앉았던 그 고기잡이배가 두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배였습니다.
몇 년쯤 세월이 더 흘렀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는데, 바로 그 세 번째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던 나무는 사람들에게 길이길이 귀히 여기는 십자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