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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차에 치고 도망간 사람은 아무래도 우리와 같은 동네 사람일 거야, 차 번호는 인천 00 0000이고 검은색 승용차였어.
나의 차 사고를 본 사람은 슈퍼에 물건을 사러 왔던 연립 2층에 사는 할머니야. 그 사람을 찾으면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이리로 데리고 와!
내가 할 말이 있어.”
어머니의 직감대로 그 뺑소니 운전자는 어머니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목격자가 두 명이나 나서니까 잘못했다고 시인해서 어머니와 대면하게 되었다.
병원에 찾아온 운전자와 그의 부인은 무릎을 꿇고 어머니에게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어머니는 그들을 용서해 주셨다. 그들이 너무 고마워 어떻게 이 은혜를 갚을 수 있겠냐고 하자 어머니는 같이 교회에 나가자고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제 그들의 차로 교회에 같이 가게 되었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계셨다.
“사람을 차에 치여 놓고 뺑소니를 치다니 그런 사람은 다시는 그런 짓 못하도록 뼈아픈 후회를 하게 해줘야 해요!”
나의 이 한마디에 속상해서 앉아있던 언니와 형부는 이제야 직성이 풀린 듯 더 큰 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어머니는 나의 손을 가만히 잡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 사모! 내가 아무리 전도하려 해도 늙으니까 전도를 못해. 누가 이 늙은이 말에 귀를 기울여 줘야 말이지. 더구나 나처럼 늙으
면 젊은이들에게는 말 한마디 붙이기가 아주 힘들어. 그러니까 주님이 그 젊은이가 나에게 뺑소니하게 해서 내 말을 꼼짝없이 듣
게 했지 않아. 내가 무슨 수로 그들의 무릎을 꿇게 하고 그들이 잘못했다고 싹싹 빌게 할 수 있겠어. 더구나 교회에 같이 나가게
할 수 있겠는가 말이야.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주님은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는데, 나는 다리가 잘려 나간 것도 아니요, 피 흘
려 죽게 된 것도 아니면서 차 사고 한 번에 두 사람이나 전도했으니 이것이 주님의 크신 은혜가 아니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