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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촌 아이들의 손에 비누를 쥐어 주자 처음 보는 비누를 손 안에서 굴리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비누 거품을 내
어 손을 뽀득뽀득 씻고는 손이 새하얗게 예뻐졌다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모두를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손톱을 깎기 위해 둘러앉았다. 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정성스레 조심조심 손톱
을 깎아 주었다. 왜 아이들은 손톱을 깎지 않은 채 기르고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손톱깎이가 없어
서 그런 것이었다.
뽀얗게 살이 올라야 할 고사리 손들이 상처투성이고 피부도 쭈글쭈글했는데 손톱을 깎아 주고 깨끗하게 닦아 주었더니 아
이들은 깨끗해진 손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면서 선생님 손이 더 하얗고 예쁘다며 내 손을 만지며 까르르 웃었다. 꼬마 천사
들의 미소에 나는 오히려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아무튼 고사리 같이 작은 손을 가진 아이들의 손톱을 깎아 주고 나니
내 마음이 날아갈듯 평안해졌다.
이곳 캄보디아 빈민촌에 온 이후로는 하얗고 고운 손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빈민촌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밥을 지어 주며 아토피성 주부 습진을 달고 살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께서 뽀얗게 잘 가꾼 손보다 까칠
하고 주름투성이의 손을 더 사랑하실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가난한 아이들의 손을 씻어 주고 손톱을 깎아 주면서 ‘하나님께서도 나를 바라보실 때 얼마나 깨끗이 닦아 주고 싶어
하실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손톱에 때가 낀 아이들보다 내가 더 때가 탄 사람일지 모르겠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
처럼 나도 내 마음을 대청소하고 싶고 못난 생각들을 손톱 깎듯이 깎아서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주님 앞에 서고 싶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하나하나 씻어 주셨듯이 나도 날마다 아이들의 손을 씻겨 줄 것이다. 말로 하는 사랑보다 손을
씻겨 주는 작은 실천이 이 아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귀한 사역이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