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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내 안의 풀리지 않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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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거듭나는 것은 회복의 시작이다. 구원받은 뒤에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우리 안의 죄성, 상처, 이 모든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우리는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선한 싸움’(딤전 6:12)을 계속해야 한다. 구원의 감격을 경험한 뒤
에도 나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우리 부부의 갈등이 극심했을 때, 나는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돌렸다. 남편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절
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용서해도 당신만은 절대 용서 못해!” 하고 말했다. ‘내 구원은 구원이고 당신 잘못은
잘못’이라며 별개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교회에서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우리 부부에게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맡긴 것이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없는
가정이 어떻게 가정사역을 하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담임목사님께는 바라는 것의 실상을 믿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
다. 현실보다 미래를 보신 것이다. 지금도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는 가정사역을 맡고부터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상담 심리를 공부했고, 성경을 공부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한
층 깊어졌고, 은혜에 한 걸음씩 더 깊이 나아갔다. 나는 우리 부부가 갈등했던 원인의 70%가 내게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찾았다. 바로 ‘용서’의 문제였다. 나는 여전히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미움의 바탕에는 아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를 외롭게 하고 우리 가족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 내 인생을 수치심으
로 가득 채운 아버지, 그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상처를 나는 남편에게 투영하고 있었다. 남편을 하나님 삼고 소망 삼아 아
버지에게서 결핍된 것을 남편에게서 채우려 했다. 그러나 남편의 연약함으로 그 기대가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는 미움이
찾아왔다.
‘아,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고는, 남편을 용서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남편은 온
전히 사랑해 줘야 할 대상이지 믿을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믿을 대상은 오로지 하나님뿐이다.
그때부터 나는 그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