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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장 8절은 기독교 복음의 세계적 확장의 근거와 목적을 명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말씀 때문에 교회는 자신의 경계를 넘어 항상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모험적인 진출을 감행해 왔다. 그러나 이 말씀을 단지 해외선교만을 명령하는 근거 구절로 축소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갈릴리 사람들에게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은 적대와 긴장과 분열과 대결의 장벽으로 갈라진 낯선 세계였다. 따라서 이 말씀은 적대와 분열과 경계를 넘어 예수의 증인이 되라는, 곧 희생을 감수하면서 평화의 관계를 창조하고 개척하는 자가 되라는 뜻이다. 해묵은 적대 관계를 뛰어넘어 예수의 증인 되라는 것은 평화와 화해를 주도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가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한국 교회의 지역적 분열도 예수의 증인들의 주도적인 희생과 자기부인으로 치유되고 극복될 수 있다. 한국 교회사가들은 한결같이 우리 겨레의 분단에는 교회 분열이라는 원죄적인 토대가 있었음을 주목한다. 시카고 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인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근세조선 시대에 발생되고 누적된 남쪽 사람들과 북쪽 사람들 간의 긴장과 적대의 폭발이라는 내인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찾는다.
이렇듯 사도행전 1장 8절은 좁은 의미의 해외선교가 아니라 총체적인 하나님 나라 운동의 근거 구절이 될 수 있다. 이 선교 명령은, 한 사회 내의 적대적 계층과 지역감정을 뛰어넘어 자기부인의 섬김을 베풀라는 뜻이다.
여기서 선교는 나(자아) 중심성에서 다른 사람들의 유익과 필요로 이동하는 자기하강 운동이다. 자신의 계급적인 기반을 허무는 운동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타 문명의 파괴자가 되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의 삶을 재현하는 증인 되라고 말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