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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불교신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기독교인을 개종시켰을 정도로 열성이었다. 이런 내가 신도회 회장을 맡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고, 절을 봉헌한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사람들은 내가 나타나자 모두 손을 잡고 걱정해 주었다. 그러고는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좀 들려 달라고 말했다.
절에서도 교회와 같은 간증 시간이 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신도들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들의 표정에 도무지 기쁨의 흔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저들과 함께 어울렸는데, 지금 보니 도무지 얼굴에 소망이 없어 보였다.
왜 저렇게 우울한 표정들일까.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인데, 저들의 얼굴에서는 왜 축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 저들에게 기쁨을 찾아주고 싶다.
“여러분, 나는 이제부터 하나님을 믿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것은 가히 폭탄선언이었다. 절에서 불교신자들을 앉혀 놓고 예수를 믿겠다고 선언했으니 그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번에 제가 큰일을 치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우리의 삶을 원격 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조석으로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어요. 오직 절대자만이 불변의 진리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의 흔적이 얼굴에 표현돼 있습니까. 기독교인들은 표정이 밝습니다. 그들은 찬양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의 표정에는 기쁨이 없어요. 찬송도 없어요. 기쁨의 노래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어머니는 거의 기절할 정도로 흥분돼 있었다. 아들이 사람들 앞에서 개종을 선언한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으신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처음에는 대충 인사말이나 하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입술이 그렇게 움직인 것이다. 성령께서 나의 입술과 행동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