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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몇 년 전에 입은 화상으로 손가락 세 개가 손바닥에 붙어 있었다. 조선에서는 여자가 16세가 될 때까지 결혼하지 못하면 집안의 큰 흉이 되어 체면이 손상된다. 이 소녀는 성격이 밝고 아름다웠는데도 아직 혼처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손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이 소녀를 입원시킨 후 수술을 했다. 수술한 손가락마다 붕대를 따로 감고 즉시 손가락들을 펴서 부목을 대어 단단히 맸다.
나는 매우 조심스레 그녀의 손에 남아 있는 피부를 늘려서 상처를 덮었으나 피부가 모자라서 보기 싫은 흉터가 남게 되었다. 식피 수술을 하기로 했지만 통역할 사람이 없어서 미스 윤(이 소녀)에게 식피술의 필요성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내 몸에서 피부를 떼어 낸 다음, 환자의 몸에서 필요한 피부를 떼어 내려고 했지만 환자는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술을 도와주고 있던 봉선 오마니조차 내 뜻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가 로드 윌러 양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로드 윌러 양과 벵겔 양이 자기들의 피부를 떼도록 허락했고, 학교에서 말괄량이로 불렸던 봉업이도 팔을 내밀고 피부를 떼라고 했다. 그리고 환자인 미스 윤도 자기 몸에서 피부를 떼게 했고, 그녀의 오빠도 피부를 제공했다. 그래서 한 번에 서너 개의 피부를 붙였고, 통틀어 30여 개의 식피 수술을 했다. 그중 8개의 식피가 성공하여 상처가 다 아물었다.
미스 윤은 입원하고 있는 동안 여학교의 기도 시간에 매일 저녁 참석했고, 주일학교에도 나갔으며 누가복음은 두 번이나 통독했다. 하루는 봉선 오마니가 외출하자 병원 대기실에서 미스 윤이 대신 환자들에게 성경을 읽어 주었다. 퇴원하는 날, 그녀는 우리와 함께 번역한 누가복음과 다른 책자들을 가져갔다. 하나의 좋은 결실을 가져올 씨가 심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