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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북한에서 두 손 모으고 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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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가면 나는 주로 고려 호텔에서 묵는다. 그날 나는 29층에 묵었는데, 그 층에 묵는 손님이 나 혼자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불을 다 꺼서 그런지, 온 천지가 칠흑같이 깜깜했다. 방 안에 들어가서 자려고 누웠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정말 사지가 벌벌 떨렸다. 조만간 누군가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소리 없이 죽여 버릴 것만 같았다.
 “주여, 아버지!” 그야말로 비명 소리에 가깝게 아버지를 부르짖으면서 밤새도록 기도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큰 소리로, 그것도 막 목청껏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점잖지 못하게 왜들 저렇게 시끄럽게 믿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날에야 그런 내가 위선자였던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밤새도록 “주여, 주여” 부르짖는 기도를 하면서 두려움을 간신히 이겨 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북한 고위관리 6명과 오찬을 했다. 밤잠을 한잠도 못 잔 데다가, 긴장을 늦출 수 없던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북한측 관리가 내게 인사말을 하라고 했다. “예, 잘 맞아 주시고 잘 먹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뜩이나 주눅이 들어 있었던 나는 짧게 말하고 자리에 얼른 앉았다.
“거, 박 선생님 두 손 모으고 하는 인사 있지 않습네까. 그거 하시라요.” 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기도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세상 만물의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이 내 목숨 하나 부지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밤잠도 못 자고, 식사 기도도 할 생각을 못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지금이 그들에게 복음 전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그저 내 목숨 하나 살자고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주님 앞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나는 북한에서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나님 앞에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