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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하나님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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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신앙인 저는 교회를 옮긴 후 그저 손님처럼 예배만 드리고 가곤 했었지요. 왜냐하면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교인들의 법률 상담 전화에 무척 시달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옮긴 것이 제 고난의 시작이었지요.
어느 날, 당시 한동대 이사장이시던 하 목사님과 김영길 총장님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는 말을 듣자,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두 분이 피의자로 조사받을 것이 걱정스러워서, 제가 자청해서 두 분을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하나님 눈을 피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두 분은 검사가 묻지도 않은 말까지 불리한지 유리한지도 모른 채, 너무도 소상히 설명을 하더군요. 검사도 동석한 저를 보며 어이없어 웃더군요.
곧 이어서 학교는 선린병원과의 합병 무효 소송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그 당시엔 크게 어려운 사건 같지도 않고, 또 학교에 돈도 없다고 해서, 또 제가 자청해서 무료 변호를 맡았지요. 대여섯 번 정도 포항에 다녀오면 끝나겠지, 그 당시 비행기 삯이 10만원이었는데, 50만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셈치고 생색이나 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는데 열 번을 넘으니까 이제는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재판은 한동대의 존립을 좌우할 심각한 재판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만약 패소하면 이사장은 물론이고 총장과 이사들 모두 퇴진해야 하는, 한동대의 미래가 달린 큰 재판이 되었습니다. 무려 40번 이상 서울과 포항을 비행기로 오가며 2003년 1월, 7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습니다. 이 소송 사건을 담당하면서 응답이 더디신 하나님을 때로 원망하기도 했고, 변호사의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것도 경험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