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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적인 여건으로 인해 마사이 지역에서는 물이 귀하다. 물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들은 몸에서 생성되는 수분까지 소중히 여긴다. 따라서 눈물이라든가 침 같은, 몸에서 배출되는 수분을 굉장히 아낀다.
마사이 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예기치 않은 봉변을 당했다. 추장은 나를 처음 만나던 날, 다짜고짜 내 얼굴에 침부터 뱉었다. 그때 나는 이만저만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미개하다지만 세상에 이렇게 무례한 사람들이 다 있나.’ 나는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처음 만난 그의 얼굴에 확 침을 뱉고 말았다. 선교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추장은 나의 그런 행동을 기뻐하면서 마구 얼싸안았다. 알고 보니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는 처음 만난 사이에서 존경과 축복의 뜻을 전하는 마사이들만의 인사법이었다.
물이 귀한 마사이들 사이에서는, 물을 주는 행위가 존경심을 나타내고 축복을 빌어 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모르고 한 행동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마사이들은 갓 태어난 아기를 보고 나서, 아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그것이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는 인사다.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에도 환영의 뜻으로 얼굴에 침을 뱉는다.
이처럼 침을 뱉어 주는 것이 마사이들 사이에는 가장 큰 축복의 인사인데, 예배 시간에 양적인 면에서 침을 훨씬 능가하는 눈물을 흘리고, 침까지 무지막지하게 튀기며 기도하자, 모든 사람이 놀라움으로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뿌린 눈물과 침을, 자기들을 한없이 사랑해서 준 것으로 오해했다.
이 때문에 속으로 나를 경계하거나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마사이들까지, 나를 진심으로 맞이하며 신앙생활의 결단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뼛속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
“너는 그냥 순종만 해라. 그러면 내가 일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