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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제가 당한 사고의 가해자에 대해 물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에 관한 건… 뉴스에 보도된 대로 ‘후암동 김 모 씨’였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아는 게 없답니다. 사실 저희 가족은 가해자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삽니다. 은혜지요.
알고 있는 거라고는 사고 당시 그분이 소주를 다섯 병이나 마셨다는 것. 별로 안 다치셨다는 것. 사고를 내고 도망가시려는 걸 경찰이 잡았다는 것. 그리고 너무나 다행히 자동차보험을 들어놓은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 이것뿐입니다.
사고가 나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제가 정신이 들면서 면회 시간에 아빠와 그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사고가 나면 가해자 가족들이 찾아와 합의를 해 달라고 사정을 하곤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분은 가족들도 찾아오지 않고 미안하다는 사과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그렇게 면회 시간에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고 아빠가 떠 먹여 주시는 죽을 받아먹으며 그 얘기를 듣는데, 하나님이 제 입술에 이런 말을 주셨습니다.
“그냥… 아빠… 그… 가족들이 찾아오면…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씻어 용서해 주셨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용서’라는 말을 쓸 자격이 있다면 말야…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한다고… 그렇게 말해 줘….”
처음부터 제 마음은 저 이지선의 마음이 아니었답니다. 말했었지요? 저는 천사도 성인군자도 아니라고…. 그냥 이 마음 안에 하나님이 들어오셔서 저를 꽉 붙드신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