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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엉터리 목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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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나는 군목으로 임관하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그런데 장교 훈련을 받다가 그만 고관절 부위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응급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군의관은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더니 아마도 십중팔구 다리를 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장애인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수술 준비를 마친 의료진과 위생병이 나가고, 나는 수술 대기실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하나님이 생각났습니다.
“하나님!” 나는 큰 소리로 하나님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 응답이 없으셨습니다. 나는 다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하나님!”
‘아, 아무 대답이 없으시다니….’ 순간 뜨거운 통곡이 터져 나왔습니다.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다리를 절게 됐다는 사실이 비참한 게 아닙니다. ‘아, 내가 엉터리 목사였구나!’라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을 열심히 믿고, 설교도 열심히 하고, 3대째 목사요, 사람들로부터 “훌륭하다”, “모범적이다”라는 칭찬을 들어온 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그 순간  하나님을 어떻게 찾는지도, 어떻게 해야 응답을 받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군 선교를 위해 군목(軍牧)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 진정한 동기는 사병 생활보다 장교 생활이 더 편해 보여서 지원한 것입니다. 또 군목의 특권으로 목사 안수도 일찍 받고, 제대해 유학도 다녀오고, 나중에 큰 교회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 당시 내 꿈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하나님의 종이라고 하면서 사실 내 안에는 하나님을 이용해서 성공해 보려는 교활한 야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내 안에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세상에 있는 모든 더러운 것들이 다 들어 있음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