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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선교사로 온 지 얼마 안 되어 집에 도둑이 들었다. 크게 없어진 것은 없었지만 마당에 세워 놓은 차바퀴를 훔쳐 갔다. 다음 날 우리를 케냐로 초청했던 정운교 선교사님 사모님께 집에 도둑이 들어 차바퀴를 도둑맞았다고 말씀드렸다.
“어머! 그럼 차바퀴를 하나 훔쳐 갔나요, 두 개 다 훔쳐 갔나요?”
“하나만 훔쳐 갔는데요!”
그러자 사모님이 바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 감사한 일이네요. 두 개를 훔쳐 가지 않아서 말이에요.”
하나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 하셨다. 두 개가 아니라 하나만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그 후로 ‘아, 이것이 바로 선교지의 언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선교지에서는 모든 것을 감사로 표현한다. 보통 생각하기에 안 좋은 일도 그만하니 감사하고, 잘 된 일은 또 잘 됐으니 감사한다. 뿐만 아니라 ‘일단’ 감사하며, ‘무조건’ 감사한다. 선교지에서 이 언어를 배우자 금세 모든 상황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냥 무조건 감사만 하면 되니 간단했다. 따지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집에 물이 안 나오는 경우에도 감사했다. “물이 안 나오지만, 전기는 들어오니 감사합니다.”
그러다 물은 나오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면, “전기가 안 들어와도 물이 나오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정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다. 때로는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안 들어올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때는 “물도 나오고 전기도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았으니 그 시간들을 추억하며 감사합니다!”라며 오히려 더 크게 감사한다.
나중에 이런 내용의 선교 보고를 했더니 어느 목사님이, “그러니까 감사!” “그러면서 감사!” “그럴수록 감사!” “그럼에도 감사!”라는 구호를 알려 주시기도 했다. 구호까지 생기니 감사하는 마음이 더 쉬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