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8년 10월

내 영혼의 울타리 돌기

과월호 보기

소 방목장에서 살던 친구로부터 문구를 하나 배웠다. 불어로 ‘이디오 사방(idiot savant)’이라는 말이었는데, 그 뜻은 ‘똑똑한 바보(특정 영역에서 우수한 능력을 지닌 정신 지체아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내 친구가 부모님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배당받았던 잡일 중 하나는 소위 ‘울타리 돌기’였다. 그것은 말을 타고 철조망이 쳐진 울타리를 따라 그냥 돌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 울타리에 구멍 난 부분이나 허술한 부분이 나타나면 그곳을 보수했다. 울타리의 둘레는 무척 길었으며, 어떤 날은 몇 시간을 다녀도 그런 부분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 친구는 소가 가장 머리가 나쁜 동물이라고 말했다. 곰돌이 푸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뇌가 거의 없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일에서만큼은 정말로 뛰어났다. 울타리에 난 구멍이나 허술한 부분을 찾는 데는 가히 천재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발견하기만 하면 바로 그 구멍을 빠져나갔고, 그 뒤를 이어서 다른 소들도 줄줄이 쫓아나갔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도 재난을 피할 능력도 없으면서 위험한 곳으로 마구 돌아다녔다. 그러고 나면 소들을 몰아서 안전한 원래의 울타리로 다시 돌려보내느라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보내야 했다.
내 친구는 소를 가축계의 ‘똑똑한 바보들’이라고 불렀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돌볼 줄도 모르면서 울타리에 난 구멍은 귀신같이 찾아 그리로 빠져나가 버리는 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돌기’를 반드시 해야만 했다. 녀석들은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적절한 식량이 있는 공동체의 경계를 그렇게 탈출했던 것이다.
어느 날 신명기의 ‘규례와 법도’에 대한 긴 본문을 읽는 도중에, 이 본문이 내 친구가 소 방목장에서 울타리를 도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중에 속한 나를 돌아보았다. 물론 회중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적인 결함이 있으면서 한 가지 영역에서 천재성을 발휘한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다. 우리는 계명과 신조에서 빠져나갈 만한 구멍을 찾는 데는 기가 막힌 재주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