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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무너진 바벨탑 위에 움트는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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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나님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대째 신앙을 지켜 오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나는 다만 습관적으로 교회에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라서 금요 철야예배까지 드리게 되었다. 내 마음이 가난해지자 성경 말씀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교만했었는지를 깨닫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실력만으로 충분히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자만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믿습니다. 일평생 주님이 원하시는 곳에서 주님만 섬기며 살래요.” 고백하는 동안 나는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오페라 가수로 성공하겠다던 얼마 전까지의 꿈은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나 개인의 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노래할 수 있는 재능도, 노래를 불러야 하는 목적도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는 성공은 내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 무렵 나는 몹시 지친 상태여서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말씀을 통해 은혜를 체험하면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주님이 말씀으로 내 병을 치유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나는 매일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시편을 읽을 때면 다윗의 마음이 되어 하나님을 노래했고, 로마서를 읽을 때는 사도 바울이 경험한 복음의 놀라운 능력을 체험하며 은혜에 젖었다. 빌립보서를 읽을 때는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삶 속에서 그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하나님을 찬양할 때면 노래 부를 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이 마음속에서 샘솟았다.
나는 점점 치유되고 있었다. 지쳤던 내 몸과 영혼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회복되고 있었다. 공연 무대에 서지 않아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평안이 내 안에 자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