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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경직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 집회를 인도하기 위해 오셨다. 그날도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한 목사님이 나를 방으로 부르셨다.
“자, 여기에 무릎을 꿇고 앉으세요.”
한 목사님은 조용히 내 머리에 손을 얹으셨다. 그 손이 잔잔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사님의 조용하고 간절한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장로님, 세상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습니다. 보이는 세상은 잠깐 있다가 없어지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은 영원한 것입니다. 그곳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과 용서가 있고 평화가 있는 곳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심오한 진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소망을 두고 살아야 합니다.”
그 순간 갑자기 나의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치솟아 올랐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잘난 사람인 줄 알고 목에 힘을 주고 살았는데, 사실은 나처럼 멍청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웨인주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문의, 산부인과 학술원 학위 등 지상 목표로 삼았던 모든 것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니 지금까지의 모든 고난과 슬픔은 결국 세상 것을 집착하고 놓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창피함도 잊은 채 목사님의 바지 자락을 붙잡고 엉엉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회개의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는 나의 손을 잡고 목사님도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해 주셨다.
그 후 나는 회심하고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넓게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이 경험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였으며,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변화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