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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함께 일구는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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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면서 외교관이기도 했던 폴 클로델이 쓴 의미 깊은 글이 있습니다.
교황 식스투스 4세가 명령을 내려 시스티나 성당을 건축하던 어느 날, 교황이 공사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미켈란젤로가 그 유명한 <천지 창조>를 그리고 있고, 조각가들은 대리석을 징으로 쪼고, 목수들은 대패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당대 유명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한 젊은 청년이 미켈란젤로나 다른 예술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잡석들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황이 그 청년에게 묻습니다.
“자네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그러자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예, 교황님, 저는 지금 시스티나 성당을 건축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교황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성당을 짓는 데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만 있다면 성당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잡역부가 있어야 성당을 짓습니다. 그 청년은 ‘내가 왜 저런 예술가가 되지 못하고 이런 쓰레기나 치우는 잡역부인가’ 하고 생각지 않고, ‘나 역시도 성당을 짓는 중요한 일꾼이다’라는 성직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일구어 가는 데 어떻게 스티브잡스 같은 천재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온갖 사람들, 모든 직업이 다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직자라면 적어도 법을 어기고 부도덕한 직업을 갖지는 않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어떤 직업이든 성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