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다음 가만히 천장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같은 병실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켜 두었는데 마침 뉴스 시간이었다. 아나운서는 이런 뉴스를 전했다.
“오늘 ○○에서 ○ 모 씨가 뛰어내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자살한 모양이었다. 전에는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 그저 그 사람이 가엾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생각이 들어서 흠칫 놀랐다. 그 사람이 ‘부럽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사고로 꿈을 잃어버렸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는 내 몸을 보면,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나?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뉴스를 듣고 나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 너무 힘들어. 자살하고 싶다.”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살하는 사람들이 단지 무엇을 회피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함부로 그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며 상황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버린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현실,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도 누군가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도와준다면 아마 자신의 결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곁에서 간호하시는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큰 위로가 되었다. 판단력이 흐려져 너무너무 죽고 싶을 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점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 덕분에 어느덧 내 머릿속에 새겨진 ‘자살’이라는 글자는 ‘살자’로 뒤집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