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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제가 가장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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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볼리비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보통 후원자가 가정방문을 온다고 하면, 집 정도는 치워놓고 맞이하는데 우리가 간 집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험상궂은 표정의 어머니가 집 입구에 서서 우리를 못 들어가게 막아섰습니다. 네 명의 식구가 산다는 집은 누울 틈도 안 보일 정도로 지저분하고 좁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 교회는 다니세요?”, “안 가는데요.”
아이와 엄마는 걸레를 두른 것과 다름없는 차림을 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조금 기분이 상하려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에서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수치와 모멸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얼마나 힘이 드세요?”
그 한마디에 어머니가 저를 한참 보았습니다. 수치와 모멸감이 가렸던 방어막이 사라지고,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저는 그녀를 안고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울었습니다.
‘저 때문이군요. 예수님을 알게 하시려고 여기에 보내셨는데 저는 오히려 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가난과 질병 가운데 고통 받는 어린이가 있는 곳에 가면, 거기에 예수님이 서 계십니다. 힘들고 지쳐 있는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시고 감싸 주시는 예수님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참으로 기쁩니다.
저는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제 표정을 보고 냉정하고 날카롭고 무섭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런 제가 지금은 설교 때마다 어린이 이야기를 하며 웁니다. 안타까움의 눈물만은 아닙니다. 가장 연약한 자들을 세우는 일에 쓰임 받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경이의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입니다.